LG전자는 극심한 영업부진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임원승진규모를 늘리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선 경영부진에 따라 승진폭을 최소화하는 '슬림 인사'를 예상했지만, CEO인 구본준 부회장은 내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오히려 '통 큰 인사'를 선택했다.
LG전자는 30일 권희원(사진)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을 비롯해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11명, 상무 신규선임 30명 등 총 43명을 승진시키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해 임원승진(39명) 수준을 넘어선 규모로,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조직 슬림화와 함께 승진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예상을 깬 파격인사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실적은 부진했지만 문책보다는 격려, 급격한 변화 보다는 안정, 그리고 성과에 대해선 확실한 보상을 택한 인사"라고 해석했다.
유일한 사장승진자인 권희원 사장은 전반적 부진 속에서도 올해 유일한 성과로 꼽히는 TV사업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던 중남미와 아프키카 지역의 법인장(7명)들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한 것도 눈길끄는 대목. 4명의 임원 승진자를 낸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올해 이집트 유혈사태와 터키 지진, 리비아 카다피 정권 붕괴 등 굵직한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서비스 강화하면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이전에는 없었던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신설됐다. 생산에서부터 품질과 구매 등 생산 전반을 총괄하는 COO를 통해 스피드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것. 또 유럽과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해외 지역 대표를 개별 법인체제로 전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지배력을 높여나가겠다는 계산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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