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정부가 들여다본다? 트위터에 무심코 글을 썼는데 정부로부터 삭제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내달 7일부터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대한 정부의 심의와 제재가 시작된다. 방송통신심의원회는 1일 전체 회의에서 세부기준과 방법을 확정짓고 2일 전담팀을 발족시킬 계획. 위원회측은 "절대로 여론검열은 아니다"고 얘기하지만, 심의기준과 방법 및 실효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워낙 커 막상 심의가 시작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위원회는 SNS 심의를 기존 인터넷 정보심의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즉 유해ㆍ불법정보를 걸러내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단지 대상만 인터넷에서 SNS로 확대된다는 것. 따라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게 위원회 입장이다.
심의 대상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에 관한 법률 44조7항에 따라 음란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해킹, 청소년 보호법 위반, 도박 등 사행 행위, 국가보안법 위반 및 각종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내용들이다. 다만 이번 일부 판사들이 페이스북에 개인의견을 올리면서 논란이 된 '공직자윤리요강'등은 심의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선거관련 이슈 등도 심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문서를 배포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은 선거관리위원회 소관사항이어서 위원회가 심의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표현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인터넷ㆍ블로그와 달리, 서로 연결된 개인간의 사적 대화 성격도 짙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사적인 대화를 당국이 들여다보고, 언제든 심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고 지적한다.
심의방법도 논란거리다. SNS에 대한 심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에서 전담하는데, 10명 내외 인력을 가진 심의팀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수 많은 글을 일일이 읽어보고 걸러낸다는 것, 그리고 9명의 위원들이 제재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현실적으로 '복불복'처럼 우연히 눈에 띄는 것만 걸러낼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선 "맘만 먹으면 의도적으로 특정 아이디나 특정인물의 글만 집중적으로 심의할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 악용 개연성을 지적하고 있다.
물리적 한계는 위원회도 인정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일일이 모든 SNS 내용을 볼 수 없으므로 SNS 심의사실을 널리 알려 신고가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도 국가기관에서 신고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내년 선거국면에선 상대진영의 글만 집중 신고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관련 이슈는 비록 심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지만, 허위사실유포나 명예훼손 등은 선거용와 비선거용을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심의제도 자체가 정치적 공방의 장이 될 소지도 충분하다.
문제 글에 대한 제재와 관련, SNS는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처럼 해당 댓글에만 적용되는 인터넷 주소가 따로 없기 때문에 문제의 글만 보이지 않도록 차단(블라인드 처리)할 수가 없다. 또 모두 외국업체이다 보니 해당 글이나 계정을 차단해 달라는 협조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위원회가 고육책으로 찾아낸 방법이 게시자에게 문제의 글을 삭제해 달라고 1차 권고한 뒤 지키지 않으면 KT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처럼 국내 인터넷 서비스업체에 해당계정(아이디)을 가진 사람이 올리는 글은 모두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 논란거리다. 해당 계정에서 올린 문제가 없는 글 또한 자동 차단되면서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SNS 심의 자체는 심의 절차부터 제재 방법까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박병호 카이스트 교수는 "SNS 심의를 통해 찾아낸 유해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국내 인터넷 업체에 차단 요청을 하더라도 대기업이나 대학들은 국내 인터넷업체가 아닌 전용망을 써서 인터넷에 접속하므로 이들을 이용할 경우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다"며 "SNS 심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한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이 제도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현행 법리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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