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 챔피언을 가리는 '현대가(家) 한지붕 대결'에서 전북이 먼저 웃었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공격수 에닝요는 선제골과 결승골을 잇달아 터트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전북은 30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34분 에닝요가 터트린 그림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 정상 등극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전북은 4일 낮 1시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 홈 경기에서 0-1로 패배하기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득실이 같을 경우 원정 경기에서 많은 골을 넣은 팀에 어드밴티지를 주는 '원정 다득점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 속에 열린 경기에서 양 팀은 전반전 신중한 탐색전을 펼쳤다. 공격 지향적인 팀 컬러를 지니고 있는 전북은 눈에 띄게 '안전 운행'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후반 들어 대결은 불꽃을 튀기 시작했다. 전북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최전방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펴지 못하던 이동국(32)이 후반 7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패스를 연결 받는 순간 이동국을 마크하던 울산 수비수 이재성이 파울을 범했고 주심은 즉각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에닝요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을 뽑아내며 전북이 앞서 나갔다.
그러나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해 FC 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를 차례로 꺾은 울산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후반 18분 추격에 불을 당기는 프리킥 동점골을 터트렸다. 곽태휘의 골이 터지며 흐름은 울산으로 넘어갔다. 설기현이 측면으로 파고 들며 찬스를 만들어냈고 196cm의 장신 김신욱이 위협적인 제공권을 과시했다. 그러나 울산의 공세에 밀리던 전북은 후반 34분 에닝요가 페널티지역에서 흘러나오는 볼을 그대로 오른발 슛, 울산의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에닝요는 그간 큰 무대에서 어김없이 득점포를 가동하는 승부사 기질을 과시해왔다. 2009년 성남 일화와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두 골을 작렬했고,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골을 터트렸다. 지난 해 18골 10도움을 수확했던 에닝요는 올 정규리그에서는 24경기에서 8골 5도움에 머무르며 기대를 밑돌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최강희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최 감독은 "재계약 문제로 시즌 초반 흔들리기도 했지만 승부욕과 근성이 좋은 선수라 중요한 순간에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고 에닝요의 활약에 만족해했다.
울산=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