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은 봐야 본전을 챙길 수 있다. 순제작비 280억원에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300억원. 충무로 역대 최고다. 12월22일 개봉할 '마이웨이'는 거대한 덩치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을 차지한다. 강제규 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니 시선은 더욱 쏠린다. 장동건과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 중국 스타 여배우 판빙빙으로 꾸려진 진용도 화려하다. 충무로에선 보통 제작비 100억원을 넘으면 블록버스터로 칭한다.
일찌감치 '마이웨이'의 독주가 예상됐다. 한국영화 최초로 300억원대 제작비를 쏟아 부었으니 대적할 생각을 감히 누가 하랴. 12월 개봉할 영화들은 다들 '마이웨이' 태풍 비켜가기에 골몰했다. 30편 가까운 영화들이 쏟아지는 와중이라 극장잡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손을 잡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과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정도가 '마이웨이'를 위협하는 영화로 여겨졌다.
복병이 등장했다. '퍼펙트게임'이다. 당초 '마이웨이'와의 맞대결을 피하려 했던 이 영화는 22일 같은 날 개봉을 확정, 정면승부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야구 역사상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투수 선동열과 최동원의 명승부를 그려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고, 높은 완성도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퍼펙트게임'의 총제작비는 70억원(순제작비 50억원). 물량으로만 따지면 '마이웨이'의 5분의 1 수준이다.
강제규 감독은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부터 매번 한국영화 제작비 최고 기록을 새로 써왔다.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며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고, 국내 영화산업을 이전과 다른 단계로 끌어올렸다. '터미네이터2'와 '트루 라이스' '타이타닉' '아바타' 등 영화를 만들 때마다 역대 제작비와 흥행 기록을 동시에 깬 제임스 카메론을 연상케 한다. '마이웨이'는 국내 영화계에 유례가 없는 300억원대 영화이니 파상적인 물량공세가 예상된다. 1,000만명은 당연히 넘지 않겠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이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거의 매년 펼쳐진 극장가 연말대전에서 블록버스터가 고전하거나 아예 흥행 왕좌를 내준 경우는 허다하다. 2005년 곽경택 감독의 '태풍'은 '왕의 남자'에 밀렸고, 2008년 '쌍화점'도 큰 재미를 못 봤다. 지난해엔 '황해'와 '라스트 갓 파더'를 제치고 다크호스 '헬로우 고스트'가 최후 승자가 됐다. 좌절을 몰랐던 흥행의 제왕이 신화를 계속 써나갈 것인가. 아니면 대이변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올 겨울 극장가 최고 관전 포인트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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