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싼 서구와의 갈등이 강경 대치로 치달을 조짐이다. 영국의 금융 제재에 반발한 시위대가 지난달 29일 테헤란 영국 대사관을 습격, 난입한 사건은 이란 특유의 응수로 보인다. 1979년 회교 혁명 직후의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무력 충돌보다는 계산된 압박과 응수가 지루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시리아 사태 등으로 불안한 중동의 긴장이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이번 사태는 언뜻 우발적이다. 시위 군중은 경찰 저지를 뚫고 대사관에 난입, 영국 국기를 불태우는 난동을 벌였다. 경찰은 주동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이란 외무부도 “소수의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민병대 200여 명이 이끌고, “영국 대사는 즉각 이란을 떠나라”고 외친 것으로 미뤄 계획된 행동으로 짐작된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보다 앞서 의회의 영국 대사 추방결의안을 승인했다.
영국이 표적이 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 기폭장치 개발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추가 제재에 앞장 선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제재 확대를 논란하는 사이, 영국은 이란 국영은행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했다. 과거 미국을 대신해 이라크 핵개발 의혹을 떠들어 전쟁을 정당화한 것과 닮은 모습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달 12일 테헤란 부근 미사일 기지에서 의문의 폭발로 탄도미사일 개발 책임자가 숨진 사건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년 사이 핵 과학자 3명이 잇따라 피살돼, 이스라엘과 서구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사보타지와 테러를 꾸민 것으로 추정됐다. 피살된 핵 과학자의 1주기인 30일 추모행사를 앞두고 대사관 습격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 성격을 일러준다.
이란은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란은 미국과 서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나라다. 이에 따라 불안한 대치 상황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략 등과 맞물려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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