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 찾아가는 천문대
겨울은 밤이 일찍 찾아온다. 공기가 건조해 빛의 산란도 적다. 그래서 별 여행에 좋은 계절이다. 추운 날씨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면 천문대 홈페이지를 클릭해보자. 소백산천문대나 보현산천문대처럼 야간 출입이 제한적인 데도 있다. 하지만 밤새 별과 놀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둔 곳도 많다. 별에 대한 지식이 변변찮더라도 상관없다. 두툼하게 챙겨 입고 떠나면 된다. 수만 광년 저쪽에서 날아온 별빛이 망막에 맺힐 땐, 왠지 모를 그리움이 느껴진다.
▦송암스페이스센터
서울에서 대중교통 카드로 찾아갈 수 있는 접근성이 장점인 곳이다. 1980년대 MT촌으로 인기 높았던 경기 양주시 장흥면, 지금 장흥아트파크가 들어선 곳에서 기산 저수지 방향으로 가다 권율장군묘를 앞에 두고 왼쪽 산으로 난 길로 꺾으면 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센터 입구까지 가는 350번 버스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자체 기술로 제작한 지름 60㎝ 망원경 등 관측 시설을 구비돼 있다. 하지만 천문대라기보다 별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또는 리조트에 가깝다. 디지털 플라네타리움(반구형 스크린에 천체를 재현하는 장치), 챌린지 러닝센터(세계 47곳에 있는 우주 체험학습 네트워크) 등과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일일 천문교실, 2박 3일 우주여행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월요일 휴관. (031)894-6000.
▦별마로천문대
강원도 영월 봉래산 꼭대기(해발 800m)에 위치한 천문대다. 민간 천문대 중에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광해가 적은 지역인데다 1년 중 별을 볼 수 있는 맑은 날이 230일에 이른다. 다른 건 제쳐두고 제대로 별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천문대가 제격이다. 지름 80㎝ 주망원경 등 모두 8대의 망원경, 20여대의 보조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6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플라네타리움과 영상강의실 등 교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단체 숙박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박 2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천문대 곁에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이 있는데 그 아래로 굽어보는 영월 읍내의 야경이 색다르다. 월요일 휴관. (033)374-7460.
▦중미산천문대
중미산자연휴양림 안에 위치한 천문대다. 숲 체험과 캠핑, 천체 관측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에게 특히 좋다. 1박 2일 프로그램은 3인 이상의 가족만 참여할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픈 사람들에게 적당. 이 천문대는 관람보다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별을 보기 전에 장비 조작과 관측법부터 가르친다. 유치부, 초등부, 중고등부 등으로 나뉜 단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과학 영재캠프도 운영한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031)771-0306.
▦국토정중앙천문대
강원 양구군은 독도, 평북 마안도, 마라도, 함북 온성군 유포면 등 한반도의 4극점을 기준으로 이곳이 국토의 한복판이라고 내세운다. 그 한복판에서 걸어서 2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천문대다. 2007년 세워져 최신 장비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이다. 지름 80㎝의 주망원경은 어린이나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측 높이가 고정된 형태로 설계됐다. 오후 7시 이후에 2층 관측실에서 직접 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두 곳의 플라네타리움과 영상관, 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양구 읍내에서 천문대까지 직행하는 버스가 하루 두 차례(오후 5, 7시) 운행한다. 월요일 휴관. (033)480-2586.
▦김해천문대
경남 김해시 분성산(371m) 정상에 있는 천문대다. 가야의 역사를 간직한 곳답게 김수로왕의 탄생설화를 바탕으로 알의 형태로 만들었다. 가야와 천문대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뵈는 조합. 뉴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천문대 건설을 추진한 김해시는 이런 스토리를 붙였다. 에 보면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이 인도에서 배를 타고 왔다고 기록돼 있는데, 첨단 항해 장비가 없던 시절 별을 보고 왔을 거라는 것.
천체관측 프로그램뿐 아니라 관측의 원리를 가르쳐주는 망원경 조작 프로그램, 별자리 해설사가 진행하는 실내 별자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김해터미널에서 택시로 20~30분, 인제대에서 택시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부산과 경남 지역 시민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월요일 휴관. (055)337-3785.
▦곡성섬진강천문대
전남 곡성군 고달면 섬진강변에 위치한 이곳은 다른 천문대와 달리 평지에 위치해 있다. 밤하늘 관측에는 불리한 조건. 주민들이 마을과 도로의 가로등에 갓을 씌워 광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관측시설과 플라네타리움 등 천문대의 구색을 고루 갖추고 있다. 보조관측실의 망원경은 그날 볼 수 있는 별에 맞춰 미리 조정돼 있다. 단순히 별을 보러 가기보다는 천체 관측과 연계된 섬진강 여행에 알맞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추억의 증기기관차, 자전거 하이킹, 레일바이크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천문대 가까운 곳에 있다. 월요일 휴관. (061)363-6198.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한국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겨울에 찾아가도 그다지 춥지 않은 천문대다. 높은 산 위에서 오돌오돌 떠는 것이 질색인 사람들도 별을 볼 수 있는 곳.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이 내세우는 것은 전국에서 노인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리온자리 아래의 남쪽 하늘 끝에 뜨는 노인성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에서는 관측하기 쉽지 않는 별이다. 이 별은 예부터 무병장수와 관련된 천체로 전해진다. 83세까지 산 영조 임금은 제주에 파견한 관리들이 돌아올 때마다 노인성을 봤는지 물었다고 한다. 월ㆍ화요일 휴관 (064)739-9701.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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