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급여와 복지 수준을 자랑하는 금융공기업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이다.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대부분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데도 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어선다. 그런 만큼 서울 명문대 졸업생에게도 합격의 문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 들어 금융공기업의 취업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고졸자와 지방대생, 또 여성들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비록 취업 이후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까지 완벽히 제거되진 않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5개 금융공기업의 올해 신입직원 채용을 마무리한 결과, 총 채용인원 333명 중 지방대 출신이 73명으로 전체의 22%에 달했다. 지난해 20명(8.7%)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특히 이날 대졸 신입행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 산업은행은 전체 100명 중 절반인 50명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용했다. 2000년대 이후 합격자를 처음 배출한 지방대가 8개나 됐다. 성기영 산업은행 인사부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 취업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방대 출신 행원들은 해당지역 영업점에서 지역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작년까지는 사실상 원천 봉쇄돼 있던 고졸 취업의 문도 대폭 열렸다. 산업은행이 고졸 신입행원 50명, 금융감독원이 5명을 채용한 것을 비롯해 현재 정책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도 각각 5~10명 가량의 고졸 전형을 진행 중이다. 작년에는 금감원이 2명의 고졸 직원을 채용한 것이 전부였다.
최근 행정부와 법조계, 의료계 등에서 여성 파워가 거세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금융공기업만큼은 여전히 여성 취업자들에게 높은 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성 채용 비중이 전체의 43.8%(146명)로, 지난해(28.6%)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수출입은행은 사상 처음 여성 채용인원(30명)이 남성(27명)을 앞섰다.
물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한 금융공기업 인사담당 부장은 "아직까지 고졸이나 지방대 출신의 경우 입사 후 담당 업무가 제한적인 게 현실"이라며 "기업들이 적극 채용을 하고, 이에 따라 우수인력이 특성화고나 지방대 등에 몰리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장벽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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