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경선이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 공화당의 판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권주자 8명 중 피자업체 최고경영자 출신 허먼 케인이 출마 포기 쪽으로 기울고 있고, 지지율이 정체상태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무소속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 반 버락 오바마 전선의 선두에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내년 5월 출마설을 흘리고 있다.
케인은 혼외정사 의혹이 불거진 다음날인 29일 참모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선거운동을 계속할지 재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성추행 등 불륜 의혹으로 가족이 고통 받는다는 게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층 이탈도 원인이다.
앞서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기업인 진저 화이트는 “13년간 케인과 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케인이 부인하자 화이트는 그가 이른 아침과 저녁에 보낸 문자 메시지와 통화 기록 등 61건을 공개했다.
케인이 낙마할 경우 그의 지지세력 향배에 따라 대권 판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까지 20~30%의 지지율로 1위를 지키던 케인은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3위로 내려앉았지만 지지율은 15%대로 여전히 높다. 최근 선두 주자로 부상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수혜자가 되면 2위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로선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케인을 지지하던 뉴햄프셔주 하원의원 2명이 깅리치 지지로 돌아섰다.
헌츠먼은 여러 면에서 중도적 제3후보 추대에 나선 아메리칸스 일렉트가 찾는 적임자라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헌츠먼은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단호한 부정이 오히려 가능성의 여지를 남긴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적합한 인물이 공화당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직접 출마하겠다며 시기를 내년 5월로 제시했다. 그가 마음에 둔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지지율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권주자와 핵심 지지자가 이탈할 경우 공화당은 핵분열 할 수밖에 없어 정권장악에도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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