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함께 지구상 마지막 ‘은둔의 나라’로 꼽히는 미얀마를 방문했다. 미 외교정책 최고 책임자가 미얀마를 찾은 것은 1955년 존 덜레스 국무장관 이후 56년 만이다.
클린턴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전용기 편으로 미얀마의 행정수도 네이피도로 향했다. 클린턴 장관은 1일 테인 세인 대통령 등 미얀마 정부 핵심관계자와 회담한 뒤, 최대 도시 양곤으로 이동해 반체제 운동가 아웅산 수치와 면담할 예정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로 떠나기 전 “미얀마 정부가 최근 정치ㆍ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치 가택연금 해제, 반정부 세력과의 대화, 노조 인정, 일부 정치범 석방 등 올해 초 출범한 신정부가 추진해 온 민주화 조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보다 광범위한 개혁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클린턴 장관은 세인 대통령에게 정치범 추가 석방, 소수민족 탄압 중단, 언론자유 전면보장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안먀 정부와 북한의 핵개발 및 탄도 미사일 기술 거래 의혹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장관이 반세기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 미얀마 투자 금지 등 고강도 경제제재가 바로 해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미얀마 지도부가 상당한 변화의 행보를 시작한 것은 틀림없으나, 이 나라가 (62년 이후) 수십년 동안 폐쇄적인 군부독재를 경험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의 방문으로 그동안 미얀마에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중국은 상당히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면 전체를 할애해 “클린턴의 방문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이라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 미얀마는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일뿐 아니라, 원유와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자원의 보고다.
세인 대통령이 북부 카친주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실시해 온 댐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얀마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 NYT는 “중국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를 은밀히 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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