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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쟁] 사설탐정제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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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쟁] 사설탐정제도 도입

입력
2011.11.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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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셜록 홈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사설탐정'을 허용하는 경비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검찰 경찰 등 국가 수사기관을 대신해 민간이 실종·가출자에 대한 소재 파악 같은 각종 조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사설탐정이 불법이라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뜨겁다.

이를 대하는 법조계와 경찰의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경찰은 "퇴직 후 재취업과 수사권 독립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변호사 업계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노영희 변호사는 "합법적인 공권력이 정보수집을 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민간에게 국가 공권력에 준하는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경찰 공무원이 퇴직 후 민간조사업체에 취직하면 공무원 신분일 때 알게 된 정보를 사적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 동안 국가 수사기관이 충족시키지 못한 수사전문가에 대한 수요를 민간조사업체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도입을 반겼다. 곽 교수는 "민간조사업체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무허가 불법업체로 인해 국민들이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찬선

지난주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는 민간조사제도를 경비업의 한 분야로 규정하고 그 업무를 행하는 사람으로 민간조사관을 정의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조만간에 셜록 홈즈와 같은 사설탐정이 활약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민간조사업무의 범위를 의뢰에 의해 미아·가출인·실종자에 대한 소재 파악, 소재가 불명한 물건의 소재파악, 의뢰인의 피해 확인 및 그 원인에 관한 사실 조사를 수행하는 업무로 제한했다. 외국의 경우에 비해선 업무범위가 넓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이 제도가 실제도 도입되기 위해선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관문들이 남아있어 아직은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미아ㆍ가출인ㆍ실종가족 찾기와 피해회복을 위한 사실 조사 등의 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개구리소년실종사건 등에서 익히 목격해온 것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사라지면 남은 가족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리고 소식을 전해줄 것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기가 쉽다.

그런데 국가수사기관은 장기미제실종사건의 경우에 인력, 예산상의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애타는 가족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기가 쉽지 않았고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족들은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 심부름센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사생활 침해와 막대한 비용 부담 등으로 오히려 또 다른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타까운 실종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국가기관을 대신해 실종자 가족들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제라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사실조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 국가가 적절하게 관리하고 감독하는 업체를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시장원리에 의해 무허가 불법업체가 줄어들고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점들을 고려해 필자는 민간조사제도의 도입에 찬성한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의뢰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기준을 법정화하고 서면계약서 작성 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허가된 민간조사업체의 불법방지를 위해 형사적 처벌과 행정적 제재장치를 두고 있어서 국민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민간조사제도가 공공부문과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국가수사기관은 민생침해 범죄 예방, 수사 등 사회적 약자보호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민간경비와 민간조사를 사적 안전 확보를 위한 민간보안산업의 한 형태로 규정해, 동일법에 의해 규율하고 경찰이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민간경비의 예방ㆍ보호 업무와 민간조사의 사후적 피해회복 활동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융합되어 서비스됨으로써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고 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아ㆍ실종자 소재파악, 피해사실 확인 과정에서 범죄가 발견된다면 수사기관의 즉각적 조치가 필요하고 경찰과의 업무연관성이 높은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변호사 업무와의 중복을 염려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간조사업무는 사람과 물건 찾기 등 사적인 안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법적 판단을 주로 하는 변호사의 업무와는 차별된다. 사실 민간조사가 발달한 외국에선 변호사들이 민간조사관을 활용, 소송에 필요한 사실조사를 수행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민간조사업'이라는 직역이 새롭게 만들어 진다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민간조사제도의 도입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곽대경ㆍ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반대

"당신은 44세의 기혼남성으로 직장에서는 월 400만원을 받고, 시가 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부친이 물려주신 도봉구 소재 건물에서 월 300만원씩의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보증 섰던 친구의 사업이 잘못돼서 당신이 3억원 상당의 빚을 대신 갚아주어야 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부인이름은 김아무개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딸 둘이 있지만 중학교에 다니는 딸은 반에서 5등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학 때 친구의 소개로 만났던 부인과는 현재 사이가 좋지 않아 가끔 만나는 동료와 일주일에 두 번씩 강남 스타 모텔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갖고 있고 어제 저녁에는 사무실 회식을 마치고 혼자서만 단골 바에 들렀다가 밤 12시에 귀가하셨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방이 나도 잊고 지냈던 내 정보를 상기시키고 있다. 갑자기 소름이 돋고 온 몸 가득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영화속 한 장면이냐고? 아니다. 이 시나리오는 최근 행정안전부를 통과한 일부 경비업법 개정안, 소위 말하는 '민간사설탐정제도(이하 탐정제) 도입'에 따라 있을 수 있는 경우를 가상으로 상정해 본 것이다.

탐정제가 처음 발의된 계기는 국가 수사력이 한정되어 있고 공익침해 사건에 우선적으로 집중됨으로 인해,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권리구제 및 피해회복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권력의 공백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개구리 소년'이라 불리는 실종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되면서 다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탐정제가 특히 미제사건이나 오래된 실종사건, 분실 도난 사건 등의 분야에서 국가 공권력을 보충해 사적 권리구제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 불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등을 합법적으로 관리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찰이나 검찰 등 합법적인 공권력의 정보수집 및 사실관계 조사에서 조차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법규정 위반의 문제가 불거져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권력도 아닌 민간업자에게 국가 공권력에 준하는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게 오히려 그 직무를 유기할 당위성을 주는 것이어서 타당성이 없고, 국민의 사생활이나 인권침해를 담보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기대한다는 발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경찰 공무원 등 일반인에 허용되지 않는 정보에 접근 권한이 있던 자들이 퇴직후 재직 중 직무상 알게된 정보를 민간조사업에 이용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탐정제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가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도입해온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처럼 일정 조건 하에 국민에게 형사소추권을 부여하고 있는 나라와는 달리 검찰에게만 형사소추를 허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상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신상정보를 일반 사인(私人)이 '조사'라는 명목으로 접근해 함부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현행 우리 법제와도 맞지 않는 면이 많다.

이와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너무나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기 보다는 현 법률시스템을 좀 더 정교화시키고 인력을 늘리고 수사력을 보강해 현행 국가 공권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노영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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