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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갈매기' 체홉의 '난해함' 버리고 '대중성' 새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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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갈매기' 체홉의 '난해함' 버리고 '대중성' 새 옷

입력
2011.11.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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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거장의 고전을 품은 무대는 끝 간 데 없는 몸의 언어를 토해냈다. 모든 인물들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고, 체홉 희곡에 늘 따라붙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한 편의 통속 드라마가 완성됐다.

수도 없이 무대에 올랐던 안톤 체홉의 '갈매기'이건만 25일 개막한 극단 맨씨어터 제작의 이번 연극은 전작들과 많이 달랐다. 체홉 희곡 특유의 어렵고 지루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쉬는 시간을 포함한 2시간 45분의 공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극은 흥미로웠다.

이유는 '동시대성의 발견과 탐구, 그리고 그것의 공유'라는 이번 무대의 연출 목표에서 찾을 수 있다. 여배우 아르카지나(우현주)와 작가 지망생인 그의 아들 트레플레프(박해수), 배우 지망생 니나(전미도), 극작가 트리고린(박호산)을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사랑, 좌절을 그린 19세기 제정 러시아 말기의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 관객의 삶과 다를 바 없이 그려진다. 사소해 보이는 그들의 행동에는 절망적인 시대상과 그로 인한 욕망의 좌절이 담겨 있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비극이자 삶의 코미디다.

일생을 호숫가에서 맴도는 갈매기처럼 예술과 사랑에 집착하는 각 인물의 성격은 매우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니나를 새로 마음에 품고 연인 아르카지나의 곁을 떠나고 싶어하는 트리고린에게 아르카지나는 의자와 그릇, 음식까지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며 온몸으로 이를 막아내는 식이다. 이는 희극성이 도드라진 장면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슬픈 현실이 타인에게는 삶의 아이러니이자 하나의 코미디로 읽히는 까닭이다.

체홉 작품은 대개 절정의 정서가 무대 밖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극적 행동의 저류를 설명하는 내면 연기가 중요한데, 이번 무대에서는 이 같은 내면적 동기를 춤과 악기 연주, 각종 오브제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는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객과의 즉물적인 소통을 돕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텍스트의 깊이가 얕아진 느낌을 주는 반작용도 있다. 상징은 사라지고 기호만 남은 이 시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반영인 듯해 씁쓸하다. 이야기를 이끄는 한 중심 축인 트리고린이 평면적으로 표현된 점도 아쉽다. 12월 11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연출 오경택. (02)766-6007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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