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데스크 칼럼] 미중 패권시대의 '친미' 정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데스크 칼럼] 미중 패권시대의 '친미' 정부

입력
2011.11.29 12:04
0 0

최은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은 '뼛속까지 친미'라고 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을 빚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냐, 개인 의견의 자유로운 개진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과연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뼛속까지 친미파'라고 볼까, 그렇지 않을까이다. 한가지 참고할 것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ㆍ친일이니 그의 시각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에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외교관에게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수 있지만, 어쨌든 형이 동생을 잘못 파악한 게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파인 게 맞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이 미국 혹은 미국 문화에 각별한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도 전 영어몰입교육의 의지를 드러냈고 취임하자마자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다. 초기부터 굳건한 한미관계의 복원을 강조하더니 과감하게 대미 올인 외교를 했다. 그렇게 3년 이상을 보낸 지금의 한미관계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표현을 당연히 여길 정도가 됐다.

긴장 고조된 아시아

평범한 개인이라면 친미든, 반미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냉전도 끝났고 이해관계가 국가별로 이중삼중 겹친 복잡한 시기에서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다른 나라에 대한 생각을 발언으로, 정책으로 너무 쉽게 드러내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미국, 중국이라는 양강 국가와 얽혀있는 한국은 최근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강화 외교와 한미FTA 비준안 처리로 상황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더욱 현명하고 영리한 대처가 요구된다.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강화 외교의 두 기둥은 경제와 안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엮여있는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TPP 교섭 상대로 유도했다. 호주에 해군 2,500명이 주둔할 수 있는 기지를 두기로 하고 필리핀, 베트남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중국과 우호관계에 있던 미얀마를 방문한다. 중국은 이제 해양과 내륙의 상당 부분이 포위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은 국제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다그친 뒤 "미국은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 비준안이 처리된 것은 단지 두 나라만의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은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과도 FTA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들 국가는 TPP에 이미 참가해있거나 참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권한 적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TPP 참가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미국은 TPP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나아가 체제 변화까지도 시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에 기대서만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로 놓고 보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제1 교역국이자 제1 투자국이다. 현재의 한국 경제 구조를 보면 중국과의 교류가 줄어들 가능성이 별로 없다. 언젠가는 줄어들겠지만 한동안 밀접한 관계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필요한 것은 유연한 태도

미국으로부터 TPP 가입 초청을 받지 못한 중국은 미국의 요란한 행보에 비교적 점잖게 대응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칠레와 FTA를 맺었고 한국, 일본에게는 FTA를 하자고 재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라고 부르는데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경제는 중국에, 외교와 안보는 미국에 기대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처신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연하고 중간자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의 형이, 현직 판사가 말한 친미 대통령, 친미 정부지만 그래도 지금은 유연하고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