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송송 구멍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당시 유행어다. '인간 광우병'의 증상을 한 영화 제목에 빗댄 말이다. 증상만 놓고 보자면 29일 첫 사례로 확인된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도 비슷하다. 뇌에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려 뇌 기능을 잃어가고 운동감각 퇴화, 기억상실, 언어장애도 나타난다. 그러나 원인은 전혀 다르다.
인간 광우병과는 다른 iCJD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CJD(vCJD)와 이번에 발생한 의인성 CJD는 모두 CJD의 일종이다. 변형 CJD는 광우병이 사람한테 전염되는 것인데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어서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노출위험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의인성 CJD는 수술 등 의학적 치료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번 사례는 라이오듀라라는 이식용 뇌경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1969년 독일 비브라운사가 사망한 사람의 몸에서 떼어낸 조직으로 만든 제품이다. 1987년 미국, 이후 뉴질랜드 등에서 라이오듀라가 원인이 된 CJD 사례가 보고되면서 회수 조치됐다. 비브라운사는 이후 라이오듀라의 제조과정에 CJD의 원인인 프리온(단백질의 일종)을 불활성화하는 과정을 추가했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CJD 감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인간 유래 뇌경막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쓰이지 않고 있다. 현재는 프리온을 불활성화한 소 유래 뇌경막을 사용한다.
이밖에 ▦자연적 돌연변이로 인한 산발성 CJD(sCJD) ▦유전이 원인인 가족형 CJD(fCJD) 등이 있다.
2001년 이후 국내의 CJD 의심환자 신고 사례는 모두 25건이고 이 중 생체조직검사 등을 거쳐 확인된 환자 수는 산발성 7건, 유전형 1건, 이번에 확인된 의인성 1건 등이다.
80년대 이식받은 경우 발병 가능
현재 인체 조직을 사용한 라이오듀라는 쓰이지 않고 있지만 80년대에는 이를 이식받은 환자가 있다. iCJD의 잠복기는 최대 31년이라 감염되고도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문제는 의료재료의 수입ㆍ허가를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998년에야 설립됐기 때문에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다. 식약청은 "라이오듀라는 1987년 이후 제조ㆍ판매가 중단됐다"며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쓰이는 제품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라이오플란트'로 식약청이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이라고 확인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수입업체를 통한 수입실적을 알아봤으나 20여년 전의 일이라 자료가 없었고 공급했던 병원 목록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뇌경막 이식술이 가능했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무기록을 뒤져 역추적해보는 방법이 있으나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자료를 열람할 수 있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심 사례를 찾아내도 딱히 치료법은 없다.
일본에서는 1973~93년 라이오듀라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2008년까지 132명의 iCJD 환자가 확인됐다.
인간 광우병 오보 소동
이날 인터넷과 트위터는 한바탕 혼란이 일었다. 일부 언론사가 트위터 등을 통해 iCJD 사망 사례를 '인간 광우병 사망'으로 왜곡해 퍼뜨리면서다. 인터넷에서는 하루 종일 '인간 광우병'이 핫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첫 사례보고인 의인성 CJD와 '인간 광우병'은 전혀 무관한 질병"이라고 못박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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