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전문가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이란 책에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우리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면 만약 지구온도가 1도 상승하면 북극곰이 멸종하고, 6도까지 올라가면 지구의 생물이 모두 멸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러한 악몽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난 100년(1906~2005)간 지구 평균온도는 0.75도 상승하였지만, 향후 기후변화속도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어 2100년에는 전세계 기온이 2.7도 상승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ha가 사막화 되고 있으며,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물에 잠기고 있다.
이런 심각한 기후변화의 악몽은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1일 80mm이상의 집중호우 발생일수가 7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폭설과 한파 등도 100년만의 기록을 갱신하는 등 이상 기후현상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우리의 농어업 시스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추값 폭등으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기온상승 속도가 세계평균의 두 배를 상회하고 있어 기상재해 가능성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수리시설 확충 등의 농업 인프라 구축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농업 기상재해는 140여건이나 발생했으며, 지원된 복구비만도 6조원에 이른다. 만약 이러한 선제적 대응이 없었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였을 것임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IPCC가 발간한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려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규모를 50~6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만약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전세계가 입는 손해는 GDP의 최대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상 온실가스 비의무감축국이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자발적으로 설정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농림수산식품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2011~2020)'을 확정, 발표했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30%보다 높은 35%를 감축하고 기후에 민감한 농어업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화학비료와 축산분뇨 등 농식품분야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을 집중 관리하고 농어업경영체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탄소상쇄제도, 저탄소농축산물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R&D 투자도 2020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하여 농업기상 예측, 기후 변화 적응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을 통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정부나 생산자만 참여해서는 그 효과를 보기 어렵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저탄소 생활을 실천해 나가면 우리 농식품산업은 온실가스 흡수산업으로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선도하할 것으로 본다. 또 기후변화 위험 하에서도 안전한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신뢰성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여 기후변화의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상길ㆍ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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