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밤새 대구시내를 점령한 짙은 안개도 선수들의 거친 호흡앞에선 이슬처럼 흩어졌다. 아시아 최초로 '국제육상도시'로 공인 받은 도시답게 출근길 시민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국내 유일 '국토대종단' 마라톤의 뜻을 살폈다.
29일 오전 10시 대구역 사거리. 교통체증유발로 짜증이 날 법하지만 시민들은 통과지점마다 웃는 얼굴로 8개시도 대표 철각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선수들도 이날 구간 신기록 3개를 쏟아내며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환하게 밝혔다.
제57회 부산~서울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 사흘째 레이스가 대구~김천구간(74km)에서 펼쳐졌다. 경기도가 전날에 이어 구간선두를 차지해, 종합 1위 충북(11시간26분06초)을 15초차로 압박했다. 경기는 1구간에서 믿었던 이교직이 4위로 통과해 주춤거렸으나 2~6구간까지 2~3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해 2위로 레이스를 마친 충북에 1분22초 차이로 앞섰다.
경기는 이로써 종합기록 11시간26분21초로, 3위 서울(11시간35분44초)을 9분 이상 따돌리며 충북과 2파전 양상을 굳혔다. 경기의 최영돈은 7구간(봉곡~대신리 10.3km)에서 서울의 최민용에 이어 2위로 골인했으나 구간신기록을 함께 경신했다. 라이벌 충북은 2,4구간에서 이민현과 류지산이 1위를 찍었으나 8구간에서 황원경이 7위로 주저앉는 바람에 이틀 연속 경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의 분투도 인상적이었다. 서울은 1구간에서 강순이 7위로 골인했으나 김은영 김태진 최민용이 3,5,7구간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배문고 2년 최민용은 7구간에서 구간신기록(32분23초)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강원은 모처럼 구간1위를 찍어 어깨를 들썩였다. 지난 6일 열린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7분21초로 국내남자 1위에 오른 신예 이헌강이 1구간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꼴찌' 대구도 유대영이 이날 최장거리인 6구간(구미~봉곡11.7km)에서 구간신기록(36분12초)을 세우며 1위로 통과해 전날 정윤희에 이어 연이틀 신바람을 냈다. 한편 경북의 이다미는 8구간(대신리~김천5.8km)에서 이세정(강원), 성산아(경기) 등 쟁쟁한 맞수를 따돌리고 맨 먼저 김천역에 골인해 '안방'을 사수했다.
김천=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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