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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점포가 바뀐다/ (하) 형식을 파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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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점포가 바뀐다/ (하) 형식을 파괴하라

입력
2011.11.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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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1층에 안락하게 꾸민다.' 지금껏 은행들은 이런 '불문율'에 따라 점포를 설치해왔다. 그래야 고객이 찾아오기 쉽고 와서도 오래 머문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객이 자주 찾아와야 단골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금융 서비스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이런 오래된 불문율이 흔들리고 있다. 정보기술(IT)이 고도화하면서 은행 창구를 찾지 않고도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전통적 점포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러나 IT 발전은 기회이기도 하다. 단순 거래를 IT 기기가 맡아주면 대출이나 자산관리 상담 같은 고객과의 핵심 접촉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규모와 외양 치장을 줄여 날렵해진 점포가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설 수도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점포 틀 파괴 시도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효율화 복합점포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점포 내 점포'(Branch In Branch)는 은행 점포 안에 증권사나 보험사의 미니 점포가 들어오는 방식뿐이었다. 은행 점포가 상대적으로 크고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점포의 추세가 변하고 있다. 수년 전 은행 점포가 대형 할인점 내에 들어서더니 급기야 증권사 점포 안으로까지 들어갔다. 경남 거제시 대우증권 안에 들어간 산업은행 점포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으로선 그럴듯한 자체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 계열사 영업망을 십분 활용하는 효율성을 선택한 것이다.

지능화 첨단점포

요즘 은행 점포의 대세는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다. 스마트 브랜치는 점포에 IT를 접목, 고객들의 거래 편의성을 극대화한 지능형 첨단 점포다. 한국씨티은행이 한발 앞서 도입했지만, 다른 은행들도 속속 도입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올 2월 국내 처음으로 서울 신정동에 스마트 브랜치(목동점)를 개점한 뒤 이런 형태의 점포를 20개까지 늘렸다. 이 지점은 고객이 출입구에 설치된 '미디어 월'이나 점포 내부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월'을 통해 얻은 금융정보를 토대로 '워크 벤치'에 옮겨 앉아 은행 상품 가입이나 계좌 정보 조회 등 금융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현재 SK텔레콤과 손잡고 스마트 브랜치를 개발 중인 외환은행은 전용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예금 입ㆍ출금은 물론 화상상담까지 가능한 지능형 점포를 내년 상반기 중 SK텔레콤 대리점 내 복합점포로 개점할 계획이고, 농협도 다음달부터 화상상담 시스템과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지능형 대기순번표 발급기 등을 갖춘 시범 점포를 운영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브랜치는 인터넷ㆍ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익숙한 고객들을 유인하는 동시에 영업점의 효율성도 높이려는 이중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소형화 무인점포

기업은행은 소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 9월초 서울역 신청사에 작고 독특한 무인점포를 선보였다. '길거리 점포' 1호점이다. 공중전화 부스 3칸을 리모델링해 왼쪽 2칸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하고, 나머지 1칸엔 공중전화와 함께 혹시 있을 응급환자를 위한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했다. 덩치를 줄이고 장식을 최소화한 대신 기능성과 공공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에 총 10개의 길거리 점포를 운영 중인데, 연말까지 30곳으로 늘리고 내년엔 1,000곳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경쟁 은행에 비해 부족한 점포망을 보완할 기회라고 기업은행 측은 보고 있다.

이동점포의 진화 휴대점포

기업은행은 '포터블 브랜치'(휴대 점포)란 신개념 점포도 선보인다. 알루미늄 가방에 점포 창구기능 대체장비가 탑재된 '포터블IBK'를 활용 이동식 고객지원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직원이 서류가방처럼 생긴 장비를 들고 고객을 찾아가 신규 가입, 카드 발급 등 현금이 거래되지 않는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름 휴가철이나 설ㆍ추석 등 명절 기간 은행들이 금융서비스 수요가 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차량형 이동점포가 진화한 형태다.

점포가 사라진다 무점포

점포 수가 시중은행보다 크게 모자란 산업은행이 내놓은 건 아예 점포 기능을 한 사람이 대신하는 '무점포' 전략이다. 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주는 'KDB다이렉트' 뱅킹으로 산은 측은 "기존 점포망과 점포 신설만으론 조속한 수신 기반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9월말 서비스를 시작 두 달도 안 돼 5,800여건의 계좌 개설 신청을 접수했는데, 신청 건수가 하루 100건을 훌쩍 넘는다.

한 시중은행 개인금융 담당 실무자는 "IT의 발달로 기계가 사람이 할 일을 더 많이 떠안을수록 점포 인력들의 찾아가는 영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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