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입고 신고 쓰는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은 물론 히말라야,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서 사할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의 무당 물건 522점을 모은 샤머니즘 특별전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샤먼'이 30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막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05, 2007,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이들 지역의 샤머니즘을 현지조사하고 자료를 모아 마련한 전시다. 민속박물관의 특별전은 보통 250여점 정도의 자료를 내놓는데, 이번에는 러시아와 덴마크, 일본의 4개 박물관과 협조해 두 배로 풍성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무당이라 부르는 샤먼은 신과 소통하는 존재다. 이승과 저승, 인간(땅)과 신(하늘)을 잇는 특별한 능력으로 점을 치고 액을 막고 병을 고치고 복을 빌어줌으로써 한치 앞을 모르는 위태로운 삶을 무탈하게 도와주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일을 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커다란 허개등이 걸렸다. 동해안 지역에서 굿을 할 때 굿 하는 장소임을 알리는 화려한 등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무당이 굿할 때 입는 옷이며 각종 소품과 악기, 여러 신과 정령을 상징하는 신상들, 신의 위엄을 나타내는 기물들, 샤머니즘의 세계관과 저승관을 보여주는 그림 등 각종 자료가 즐비하다.
지역마다 민족마다 굿청 꾸밈새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도록 한국의 충청도 앉은굿과 황해도 굿, 네팔 히말라야 오지에 사는 라이족, 시베리아 북부 에벤키족과 몽골 알타족의 굿청을 따로 차려 놓았다. 신성한 장소임을 나타내고 신의 위엄을 드러내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예컨대 에벤키족이 굿을 하는 천막은 좌우에 세운 기둥 위에 나무로 깎은 새를 얹는데, 그 형상이 우리의 솟대를 연상시킨다. 훨훨 날아다니는 새는 이승과 저승, 하늘과 땅을 오가는 무당의 여행에 잘 어울리는 짝이다.
무당이 모시는 여러 신과 정령에도 공통점이 보인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숲의 수호신으로 두루 나타나고, 아무르강 연안의 샤머니즘에 흔히 보이는 뱀은 제주도로 오면 뱀신인 '칠성'으로 모셔진다.
에벤키족 무당이 굿 할 때 입는 옷은 쇠장식이 주렁주렁 달려 무게가 20㎏이나 된다. 무당이 이 무거운 옷을 입은 채 뛰고 돌며 굿을 할 수 있는 것은 신령의 도움이 없고서는 안 될 일. 한국 무당들이 삼지창에 통돼지를 꽂아 세우거나 서슬 퍼런 작두를 타는 것도 신의 위엄을 보이기 위함이다.
다른 종교를 끌어들여 습합하는 융통성 또한 샤머니즘의 특징이다. 한국 무당이 본래 불교에서 나온 신인 제석이나 도교의 신선을 섬기는 것처럼, 에벤키족 무당이 예수 그리스도를 하늘의 신이나 숲의 신과 동격으로 여겨 모신다.
이번 전시는 새해 2월 27일까지 한다. 부대행사로 히말라야 라이족 무당 5명을 초청해 굿을 한다. 개막 전날인 29일 전시장 로비에서 굿을 한 데 이어 1시간 길이로 세 번(30일 오후 4시, 12월 3일 오전 11시, 4일 오후 2시) 더 한다. 굿의 춤을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공연도 마련했다. 12월 3일 오후 1시30분 네팔굿으로 시작해 새해 1월 23일 신년맞이굿까지 열 차례 판을 벌여 평안도 성황굿, 황해도굿, 동해안굿, 서울굿, 경기도 굿 춤을 차례로 공연한다. 자세한 일정은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www.nfm.go.kr) 참조. 문의(02)3704-3126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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