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호
새떼에게로 전서구를 날린다.죽기 위해 길 밖에서 택시를 세던 날처럼구름은 여러 번 길 안쪽으로 떠오른다.
부인은 차가운 창고 실험실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은 어둠이라고 쓴다.천천히, 거의 기만으로, 깃털들이 떠다녔다.
발끝의 수보다 발 그림자의 수가 더 많은 숲에서 우리는 계절병의 높낮이만큼 저녁에 뒤처지고고쳐질 때마다 조금씩 미완성에 가까워져간다.
뜰 한가운데 모여 죽은 달팽이처럼 겨울을 손끝에 쌓는 기분
12월, 어느 누구보다 가장 먼저 당신의 난청에 발자국을 찍고 싶네요.
놀러오세요. 근친의 집으로 흰 깃털을 온몸에 박고 겨울이 가기 전에 우리에게로 날아가요.나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매우 가벼운 돌처럼
* * *
부지런히 기어왔는데 절반도 못 왔어요. 한 주만 지나면 12월인데. 멈춰서 발끝을 내려다봅니다. 뜰 한가운데서 모여 죽은 달팽이의 날들. 우린 애초에 달릴 계획도 없었어요. 오로지 날아오를 생각뿐. 발끝을 모으고 비상하는 시늉을 해봤자 무슨 소용. 다리는 나무뿌리처럼 박혀있고 몸은 돌처럼 무거운데. 그러니, 달리는 차들 사이로 뛰어드는 흉한 상상을 하는 날들도 종종 있습니다.
'너의 영혼은 건강한 것 같더라, 그 비결이 뭐지?' 어느 시낭송회에서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아니, 그런 고마운 오해를! 그 뒤로는 흉한 상상을 할 때마다 그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서로의 앓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같아요. 당신의 난청은 '나와 달리 너만큼은 건강하기를' 원하는 다정한 바람 때문입니다. 정말 고마워요. 결국, 서로에게 거는 그 희망 때문에 우린 제 것 아닌 깃털을 몸에 박고 날아오르는 시늉이라도 다시 해보는 거니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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