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대구·경북지역 은어로 영업택시 기사를 뜻합니다. 택시를 몰며 겪은 일들을 기록해뒀다가 쓴 책이라서 제목도 그렇게 지었어요."
조진복(48)씨는 '소설 쓰는 택시기사'다. 5월부터 대구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그는 기사들의 애환과 영업 중 재미나는 에피소드 등을 엮어 <바퀴벌레> 라는 제목의 소설을 최근 출간했다. 바퀴벌레>
매일 사납금 11만 3,000원을 채워야 하는 조씨의 근무시간은 오후 4시부터 다음달 새벽 4시. 12시간을 꼬박 일한다.
소설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일과시간엔 운전대 옆에 수첩을 놓고 그때그때 겪은 일 등을 정리한 게 밑천이 됐다. 수면시간 등을 제외한 자투리 2~3시간 가량 매일 집필에 매달렸다.
"여성의 나이와 교육 정도 등에 따라 다르긴해도 농촌총각이 조선족 여성과 결혼하는데 7,000만원이 조건으로 붙는다는 걸 택시기사를 안 해봤으면 어떻게 알겠어요. 별난 사람들한테 별 얘기 다 듣고, 별 일 다 겪은 것을 글로 옮긴 겁니다."
택시 드라이버는 초보임에 분명하지만 책 출간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남자의 그늘> 과 지난해 <늪> 에 이어 세 번째다. 세 권 모두 조씨가 직접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 소설이다. 하지만 <바퀴벌레> 외 두 권은 조씨가 택시기사로 마음을 잡고 살아가던 시절 이전에 출간했다. 바퀴벌레> 늪> 남자의>
그의 인생은 굴곡이 심했다. 20대이던 1980년대 수년간 폭력조직에 몸담기도 했다. 이를 빠져나온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90년대 말부터 영화 등 미디어에서 조폭이 미화되는 것을 보며 참기 어려웠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남자의 그늘> 을 썼다. 2006~2009년 카지노 도박에서 수천 만원을 잃고 느낀 도박폐해를 지나칠 수 없어 쓴 소설이 <늪> 이다. "예전의 책들이 제 자신을 반성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은 노동의 신성함을 알게 된 후 떳떳해진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늪> 남자의>
자신의 경험과 반성을 글로 푸는 이유를 "글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이라른 말로 대신했다."고등학생 때까지 정말 책 많이 읽던 학생이었어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나쁜 길로 빠져 매우 오랜 시간 돌아 겨우 제자리를 잡았지만요. 지금도 국내 유명작가들 책은 모조리 다 읽습니다."
그의 꿈은 앞으로도 책을 계속 내는 것이다. 서민들이 박수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 쓰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택시기사를 바퀴벌레라 부르는 건 동그란 네 바퀴가 달린 차를 몰며 밤낮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녀서겠죠. 그래도 우리끼리 인생도 있습니다. 요즘은 동료들이 '책 잘 봤다고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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