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28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었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최고치인 트리플A(AAA)가 유지됐지만 이번 조치로 조건부 최고 등급이 됐다.
피치의 조치는 미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의회기구인 슈퍼위원회가 1조2,000억달러 감축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도 피치의 발표를 새로운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치는 미국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유로 재정적자의 지속적 증가와, 이를 줄이기 위한 정치권 지도력의 부재를 들었다. 미국 경제를 여전히 위기로 진단하고 정치권에 경고음을 울렸다는 의미도 있다. 부정적 전망은 향후 2년 안에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단기에 조정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할 수도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무디스는 8월 조정한 미국 신용등급 트리플A 및 등급 전망 '부정적'을 그대로 유지했다.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던 S&P도 이번에는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들 3대 신용평가기관이 슈퍼위원회 합의 무산에 신용등급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은 추가 협의 시간이 있는데다, 합의 무산 자체가 경제에 충격을 던지진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는 "슈퍼위원회 합의 무산에 대비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8월에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이번 합의 무산이 반드시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AFP통신은 "프랑스 일간 라트리뷴이 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7~10일 이내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보도했다"고 29일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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