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의 다음 타자로 지목된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국채보상운동이나 금 모으기 운동 같은 ‘나라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치솟는 국채 금리 탓에 정부가 국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자 국민이 나서 국채를 사들이자는 ‘애국채권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 하지만 금융은 애국심이 통하는 영역이 아니고, 또 대세도 이미 기울었다는 시각이 많아 선량한 개인투자자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28일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 은행연합회가 이날을 ‘채권의 날’로 정해 국채 매입 수수료를 면제했다고 보도했다. 토스카나의 투자상담사 줄리아노 멜라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애국채권 운동은 개인투자자들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떨어뜨리고 정부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은행연합회는 다음달 12일을 두번째 채권의 날로 지정해 국채 매입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실제 이날 유통시장(이미 발행된 증권이 투자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 거래량은 크게 증가했다. 업계 3위인 중개회사 Hi-Mtf에서는 평소의 9배인 9,000건(2억 4,100만 유로)의 국채 거래가 이뤄졌다. 축구선수협회가 동참을 약속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잇달아 참여를 선언하는 등 애국채권 운동은 이탈리아 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애국심이 이탈리아 국채를 기피하는 시장의 큰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이탈리아 국채는 전체의 14%(2,230억 유로)에 불과하다. 나머지를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국채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한계를 안정하면서도 “이런 움직임 자체가 이탈리아인들이 자국 경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면밀한 분석 없이 애국심만으로 투자하는 경우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볼로냐대 정치학과 파올로 마나에 교수는 애국채권 운동을 다단계 금융사기의 일종인 ‘폰지 사기’에 빗대 “은행들이 애국심을 이용해 (회생가능성이 낮은) 정부 채권을 일반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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