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59) 육군참모총장이 연평도 포격 1년 추모식이 열린 지난 23일 육군사관학교 동기생들과 계룡대에서 저녁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를 연평도 포격 희생자 추모기간으로 정해 음주와 회식, 사적인 모임을 일절 자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육군의 수장이 지침을 어긴 것이다.
28일 육군에 따르면 당시 김 총장의 육사 32기 동기생과 부인 등 75명이 육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로 찾아왔다. 이들은 동기모임의 소그룹인 골프동아리에 속한 예비역들로, 이날 오전부터 계룡대 군 골프장에서 운동을 한 뒤 계룡대에서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부대 앞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
김 총장은 저녁식사가 시작될 즈음 식당을 찾았다. 김 총장은 9분 정도 머물며 마이크를 잡고 동기생들에게 인사말을 한 뒤 식사비용 180여만원을 계산했다. 김 총장은 육사 32기 전체 동기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육사 32기 중 군에 남아있는 현역 장성은 김 총장과 정승조 합참의장 두 명이다. 정 합참의장은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골프동아리에서 한번 나와 달라고 일주일 전쯤에 연락을 받았지만 연평도 포격 1년을 맞아 날짜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며 "하지만 회원들이 일정을 다른 날로 바꿀 수 없던 상황인데다 동기로서 아예 얼굴을 비치지 않을 수는 없어 내키지는 않지만 식당을 찾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골프동아리는 한두 달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데 계룡대에서 모인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면서 "동아리 회장이 바뀌는 날인데다 내가 전체 동기모임 회장이니 다들 참석해서 보려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당시 참석자들에게 편의도 제공했다. 골프를 친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예약한 순번이 제각각이라 육군에서 골프 티업 시간을 몰아서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조정해 줬다. 또한 저녁식사 후 상당수는 육군에서 예약한 군 콘도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돌아갔다.
육군 관계자는 "골프 비용과 숙박비는 각자 계산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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