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박건찬(44)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일부 시위 참가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 시위 문화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폭력적인 불법 시위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입장인 반면 일부 '상습 시위꾼'의 우발적 행동을 전체 시위대의 문제로 일반화하려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본질 가린 폭행 논란
박 서장 폭행에 대해서는 경찰 스스로도 일부 '상습 시위자'의 행동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8일 "박 서장 폭행 혐의로 27일 검거된 김모(54)씨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을 때 물병을 던진 적이 있는 '전문 시위꾼'"이라며 "몇 년 전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집회에 나서는 상습 시위꾼 200여명 중 일부가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과정에서 전경버스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경찰에 폭력을 휘두른 일부 시위대나 2009년 1월 용산 재개발구역 화재참사 이후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던 일부 인사들이 이들의 뿌리라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시위대가 앞장 서서 '청와대로 진격하자'고 외치면서 도로로 쏟아져 나와 불법 집회로 이어졌고, 박 서장 폭행 과정에서도 몇몇 사람이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시위 참가자들의 종로서장 폭행으로 한미 FTA 반대집회의 의미 자체가 가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1991년 한국외대에서 '정원식 총리 계란 투척 사건'이 일어나면서 학생운동권이 패륜 집단으로 몰린 적이 있다"며 "일부 시위대의 문제 때문에 한미FTA 반대집회 자체가 매도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류제성 변호사는 "폭력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지만 집회에 나온 시민 모두가 폭력에 가담한 것처럼 매도돼선 안 된다"며 "시민들이 무엇에 분노해 집회에 나왔는지 그 원인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연설회 vs 불법집회
한미 FTA 반대집회의 불법성 여부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집회를 주최하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측은 "경찰이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정당 대표들과 함께 합법적인 정당연설회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홍보하는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는 정당법 37조에 의거, 야당 대표들과 함께 합법적인 집회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드는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정책 홍보만 하는 정당연설회로 볼 수 없으며 명백한 불법 집회"라고 밝혔다.
범국본 관계자는 "정당연설회는 정당과 국민이 대화하는 자리인데 구호나 피켓을 들지 못할 이유가 뭐냐"며 "경찰이 집회 자체를 부정하기 위해 억지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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