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9,000억원→37조원→51조5,000억원.'
2008~2010년 국내 직불(체크)카드 사용실적이다. 올해 상반기(32조5,000억원)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6%나 급증했다. 체크카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금융당국에겐 고무적인 수치다. 그러나 통계엔 이면이 있다. '13.7%→11%→9%'로 같은 기간 전체 카드결제에서 체크카드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의 증가속도를 여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카드시장 구조가 비정상이라고 지적한다. 유럽(60.4%)과 미국(42.3%) 등에 비해 체크카드 비중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능력을 벗어난 외상구매와 가계 빚을 늘리는 현금서비스 등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신용카드 비율을 줄이고, 통장잔액 범위 내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체크카드 비율을 늘리고 싶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금융위원회가 연말에 내놓을 '신용카드 종합개선대책'에도 체크카드 소득공제 확대(25→30%)와 신용카드 남용 방지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새로울 게 없는 방안이다. 묘책이 없다면 기본부터 꼼꼼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 신용카드 발급 실태에서 드러나듯 현장 창구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누수부터 막자는 것이다. 현재 은행계 카드사의 20대 회원 신용카드 대 체크카드 비율은 대략 3.5대 6.5. 직장인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대는 생애 처음으로 카드를 만든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하고 엄격한 발급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도 소득과 잔고 기준이 있지만 현장에선 고무줄 잣대나 다름없다. 대학생 신용카드를 체크카드보다 점수가 높은 실적이나 남는 장사로 여기고, 알량한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탓이다. 대학생 빚쟁이가 양산되는 주원인이 여기에 있다. 실제 신용에 전혀 문제가 없던 대학생들이 신용카드를 발급 받은 뒤 신용이 극도로 나빠지는 경험들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생들의 신용카드 발급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정 소득의 유지 기간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부 선진국에선 생애 첫 카드를 체크카드로 발급한 뒤 신용이 쌓이면 신용카드로 전환해준다. 대학생 신용카드 누수를 막지 않는 한 체크카드 활성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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