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 17일자'특급호텔 웨딩·200만원대 유모차… 호화病, 고질병 됐다' 기사를 읽고
요즈음 한국인들에겐, 고가의 유모차와 명품 옷, 사교육 열풍 등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과소비 현상은 '육아=돈'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또한 경제력은 연애관계의 형성과 유지에 있어서도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명품지향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한국인들의 정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만능주의는 위험하다. 지나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연결되어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 중 하나가 과소비 중독을 뜻하는 '어플루엔자(Affluenza)'이다. '어플루엔자'는 쉽게 고치기 어려운 병이다. 인간의 심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이 종합되어 형성된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유에는 원인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어플루엔자'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물질만능주의'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어플루엔자'가 물질만능주의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과소비 중독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물질만능주의는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시대에는 자본이 부의 원천이었으므로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특히, 한국은 압축적 근대화(산업화)의 영향으로 물질만능주의가 더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물질만능주의는 경제적 기준만을 가지고 대상의 가치를 평가한다. '돈=모든 것'.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전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랑의 정도를 선물의 가격으로 수치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둘째, 명품에 대한 가치 판단이 맹목적이기 때문이다.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에 대해 한국인 대다수가 '멋있어 보여서'라고 답했다. 이 설문자료에서 대중들은 명품이라면 무조건 우수하며, 자신의 과시욕과 소유욕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품을 소비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즉, 대중은 상품으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명품이 가지는 이미지와 그것이 주는 효과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치관이 생기는 데에는 상품 자체의 기능이 아니라, 상품의 이미지 선전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광고 전략이 크게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또래압력(Peer Pressure)'이 경쟁 심리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쓰는 만큼 쓰지 않으면 자신이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최소한 남들이 쓰는 만큼은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굳어지고, 결국은 남들보다는 더 많이 누려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소비 현상은 가속화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첫째, 대상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다원적 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비물질적인 개념과 물질적인 개념의 차이를 인식하고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기반으로 구축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익광고 및 정부차원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명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의식 개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명품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음을 인식하고, 개성과 상품의 실용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명품을 소비하는 것이 개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플루엔자와 같은 지나친 명품소비는 오히려 경기침체와 문화 획일화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소비활동을 해야 한다.
셋째, 과소비 경향을 부추기는 기업들의 광고 전략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국가가 '개별 소비세(특별 소비세)'같은 법적 제도를 통해 사치품 과소비를 억제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한다.
다섯째, 타인의 소비와 무관하게 소비자 자신의 필요에 의한 능동적인 소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위와 같은 노력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과소비 중독 및 물질만능주의가 어느 정도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용어 정리
명품=호화 상품(Luxury Goods)이라고도 하며, 고소득 소비계층을 겨냥하여 고급스럽게 만들어 낸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원가보다 상표(Brand)가치에 의한 값이 훨씬 높게 책정된다. 포괄적으로는 상품만이 아니라 고급 재화를 소비하는 생활방식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런 생활방식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경향을 가리켜 명품지향주의라고 한다.
물질만능주의(Mammonism)=배금주의(拜金主義)라고도 하며, 돈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 모든 것을 돈과 연관시켜 생각하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돈 제일주의를 일컫는다. 인생의 목적 역시 돈을 모으는 데 두기 때문에 심할 경우에는 돈을 신격화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또래압력(Peer Pressure)=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을 말한다.
특별 소비세(Special Excise Tax)=사치성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으로 국세인 동시에 간접세이다. 특별한 물품이나 용역에 대해서만 특별히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소비세다. 한국 개별 소비세법에 의거하면, 과세대상을 특정한 물품, 특정한 장소에의 입장행위 및 유흥ㆍ음식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준용(경기 안양 백영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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