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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철수 신당과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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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안철수 신당과 운명

입력
2011.11.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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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신생 정당은 대개 생명이 짧다. 주도하는 정치인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탓이다. 그러나 전례 없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극에 달한 요즘 같으면 얘기가 다르다.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확인된 정치권 혐오는 한미FTA 비준안 기습처리와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난장판 사건으로 더욱 깊어졌다. 여기저기서 신당론이 무성하고 기존 정당도 최소한 증ㆍ개축을 하거나 간판이라도 바꿔 달아야 내년 양대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리사회에 충만한 새 정치 열망

안철수 교수 본인의 침묵에도 불구하고'안철수 신당'설이 힘을 받는 배경에는 이런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창당을 전제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기존 정당을 훌쩍 뛰어 넘는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 창당을 지지한다는 사람이 응답자 2명 중 한 명 꼴이나 됐다.

열심히 불을 지피는 유력 인사들도 있다. 안철수 신당론의 진원지가 됐던 법륜 스님은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한 발을 빼는 듯하면서 기존 정치권 무능론 등을 앞세워 안철수 신당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안 교수의 지지도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격차를 점점 더 벌려가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11.7%포인트나 앞섰다. 1,500억원 대 주식 기부 등의 호재로 탄력을 받아 대세상승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태평양의 높은 수온대를 따라 북상하면서 점점 발달하는 태풍을 연상시킨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태평양의 높은 수온과 같은 정치적 에너지가 충만해 있기도 하다.

SNS가 그 에너지를 정치적 태풍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신당을 창당하고 꾸려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과 조직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SNS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SNS는 단순히 정보 소통의 수단에 그치지 않고 투표 참여나 집회 참가 등 직접 행동을 이끌어 낸다. 4ㆍ27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과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 SNS의 투표참여 동원력이 잘 입증됐다. 정치적 무관심층에 속했던 20~30대를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무소속 박원순의 당선은 SNS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내년 총선ㆍ대선 드라마의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안철수 교수가 처음부터 정치적 야망을 품었거나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심각한 양극화와 이명박 정부 실패 등 사회ㆍ정치적 상황은 그를 순식간에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 반열로 밀어 올렸다. 거기다 그는 SNS라는 신종 병기를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갖췄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권력 의지이지만 상황은 그와 관계 없이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그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운명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년 총선까지는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안 교수 자신을 위해서나 우리 사회를 위해서 불확실성이 오래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속 정치권 밖에 머물지, 기존 정당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신당 창당을 택할지, 진행 중인 야권통합에 참여할지는 본인의 자유다.

정책과 비전 검증받을 시간 필요

다만 신당 창당을 포함해서 정치권에 뛰어드는 선택을 한다면 당당히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검증 받을 시간이 필요하다.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현실 정치는 밖에서 보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문제 해결의 비전으로 바꿔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안 교수가 자신의 운명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택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포인트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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