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떠나간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좌클릭 행보를 하고 있다. 우선 복지 예산 증액과 부자 증세를 한 묶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 7,000명의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을 밝히는 등 친서민 정책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복지 정책과 예산 증액, 증세 등 세 가지 카드로 '좌향좌' 움직임을 보이면서 당의 수구우파 이미지를 중도 쪽으로 조정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를 위해 2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민생복지 예산 대폭 증액과 '부자 증세'를 건의했다. 부자 증세는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초에 입각한 선진경제' 라는 당 강령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다급함이 묻어난다.
홍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이대통령을 만나 한나라당에서 요구한 서민예산 증액 부분과 함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일 쇄신 연찬회가 끝난 후 당정청이 다시 만나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조정 작업을 금주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2시간 가량 이뤄진 단독 회동과 관련해 "민생 서민예산 증액과 관련해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재조정하기로,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과 관련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게 신설이 필요하다고 의논이 됐다"고 전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소속 의원들을 다수 포진시킨 친박계도 '박근혜 복지 예산'으로 거론되는 '든든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 근로장려세제 강화 등을 위한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3조원가량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쇄신파 의원들은 "부유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정책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며 '부자 증세론'의 신호탄을 이미 쏘았다.
하지만 당내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복지예산 증액과 달리 '부자 증세' 도입에 대해선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복지 예산 증액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손쉬운 증세만 생각하지 말고 정부 운영과 관련된 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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