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열 발전시설에 매출10% 투자하고 탄소배출권 확보해 佛기업에 판매도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할 때마다 기업들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볼멘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해 과반수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규제 도입에 앞서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며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폐열, 폐목재, 매립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지름 5m 정도의 소성로(燒成爐)에 넣고 가열했다가 식힌 뒤 반죽을 하면 시멘트가 된다. 1,450도까지 올라가는 소성로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주범이다. 한일시멘트의 모(母)공장인 단양공장은 소성로의 폐열로 증기터빈을 돌리는 발전시설을 설치, 공장 내 전력수요의 30%를 확보했다. 모두 840억원을 투자했는데 7,000억원대인 연 매출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5년 정도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기업 상황이 좋지 않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며 "전기세를 아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자원순환'을 선도한다는 기업 이미지 개선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규모의 매립지를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세계 최대규모의 매립가스 발전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매립지에서 나오는 가스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메탄가스로 발전기를 돌려 소형댐 하나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시간당 50MW의 전기를 생산한다. 메탄가스 1톤을 줄이면 이산화탄소 21톤의 감축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다. 공사는 지난해 이 기술을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에 등록, 140만톤의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았고 이중 20만톤(약 34억8,000만원)을 프랑스계 에너지기업에 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선진국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른바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의 성공사례다. 공사 관계자는 "향후 기술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폐목재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거나(SK 케미칼),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갤러리아 백화점)하는 등 적지않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기술은 세계적으로 중상위권 수준이지만 이 기술로도 충분히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승환 한국환경공단 탄소시장육성팀 차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매립장, 소각로, 오폐수처리장 등이 부족한데,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을 짓는다면 환경기초시설 수출과 배출권 거래 확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도 한림대 기후변화연구센터장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보다는 소규모로 배출하는 사업장에 우리의 온실가스기술이 적합하다"이라며 "이런 곳은 다소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박승환 환경공단 이사장 "배출권거래제 2년 늦어졌지만 성공 확신"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가 2년 늦춰질 예정(2013년에서 2015년으로)이지만, 철저한 준비로 제도가 안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계량화하고 온실가스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의 박승환(54ㆍ사진) 이사장은 "배출권거래제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5개 지자체와 26개 기업이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에 참가했는데 70~80%가 만족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배출량의 정확한 산정이 배출권거래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2006년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지만 배출량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기업들만 이익을 보는 등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탄소배출권거래제와는 별개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400여 기업과 기관에 감축을 의무화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제'는 내년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대상 기업들은 감축계획을 공단에 제출해야 하는데 명세서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것도 공단의 몫이다. 혹시라도 온실가스 감축량에 혜택을 보려는 기업들에게 엄정한 판관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기업뿐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만가지 생각보다 한가지 행동이 건강한 지구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며 "실내온도를 낮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나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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