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전용 서버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대표와 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는 28일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신증권 노정남 대표와 김병철 IT본부장에게 "법적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스캘퍼에게 제공한 각종 서비스는 증권사가 이미 다른 서비스의 일부로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며 "현재까지 법률에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거나 금융감독기관에서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지 않도록 규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노 대표 등은 주식 매매 처리 속도가 빠른 시스템을 개발해 스캘퍼에게 제공, 매수 주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한국거래소의 미가공 데이터를 직접 수신토록 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이 같은 혐의로 대신증권 등 12개 증권사 대표와 임원 및 스캘퍼 등 모두 50여명을 이른바 '스캘퍼 사건'으로 기소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며, 이날 선고는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스캘퍼가 다른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매매를 함으로써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행법상 주문처리 과정에서 속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없고, 서버들간의 시간 차이가 조금씩 있어 모든 서버에서 투자자들의 속도 차를 없애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스캘퍼들의 거래는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 기회를 직접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고, 이익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ELW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이유는 스캘퍼 때문에 아니라 초고위험상품이라는 상품의 특성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가 애초에 무리였다"며 "ELW시장 세계 1위(한국은 2위)인 홍콩에서도 전용선은 불법이 아니고, 다른 나라 역시 대부분 그렇다"고 말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양현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법원이 스캘퍼와 개인투자자 간 이익의 상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고, 무분별한 투자로 소액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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