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주말 민생복지예산의 대폭 확대에 합의했다고 한다. 보육과 교육,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노인복지 예산을 크게 늘려달라는 당의 요구를 대통령이 수용한 셈이다. 당청은 이 합의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예산 조정'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향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내년 양대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때문에 전체 예산(지출)액 자체가 순증할 개연성이 커졌다.
한나라당 민생복지예산 확대안의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복지당론으로 채택한 '평생 맞춤형 복지정책'을 기조로 ▦대학등록금 및 사회보험료 확대 ▦근로장려세제(ETIC) 강화 ▦보육예산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전체 확대 규모는 약 3조원. 재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과 예산 세부 항목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되, 부족할 경우 1조~2조원 정도의 예산 순증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부의 양극화와 전반적 삶의 질 하락, 고령화 등에 따라 복지 요구가 확대되는 건 당연하다. 정부가 326조원으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직접 복지지출 비중을 사상 최대 규모인 28.2%로 늘린 것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문제는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같은 야권의 '보편적 복지' 주장이 인기를 끌자, 한나라당도 질세라 복지예산을 3조원이나 더 늘리자는 요구를 할 정도로 정치권이 온통 '선심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 예산심의의 취지는 혈세의 씀씀이를 감시해 예산을 절약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선심경쟁을 벌이느라 국회가 오히려 '예산을 늘려달라'고 떼를 쓰고 정부는 재정건전성 훼손을 들어 '안 된다'고 버티는 우스꽝스러운 양상으로 변질했다. 독일의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는 "선거에만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오늘날의 유럽 위기를 불렀다"고 개탄했다. 우리 정치권도 경청하기 바란다. 복지예산 늘리려면 국회 예산 줄이고, '쪽지예산' 빼고, 정부 경상비 더 줄여서 확대분을 맞추기 바란다. 예산 증액은 안 된다. 18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의에 대한 납세자로서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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