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출신으로 고도비만에 시달리던 이혜정(43)씨가 ‘인간승리’를 일궈냈다. 참가자간 경쟁을 통해 가장 많은 다이어트를 한 1명을 뽑는 TV프로그램 ‘빅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다이어트는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 자체였다. “미스코리아도 사람이라 살찔 수 있습니다”라며 세상의 불편한 눈초리에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매일 힘들어 울음이 나올 때까지 뛰었다. 배고픔과도 싸웠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탓에 외로움도 온전히 견뎌내야 했다. 그래서 이씨의 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감량 성공을 뛰어 넘는다는 평가다.
22세 때인 1990년 미스코리아 ‘미스 한국일보’로 뽑혀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키와 몸무게는 172㎝, 54㎏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8월, TV에 출연한 그의 키는 예전과 같았지만 몸무게는 45㎏이 불어난 99㎏.
이씨가 ‘빅토리’에 처음 출연해 미스코리아 이력을 밝혔을 때 화려했던 과거를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과거 자료화면만이 사실을 입증했을 뿐이다.
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신이 운영하던 패션사업이 부도를 맞은 뒤부터 잠을 이룰 수 없어 밤마다 폭음과 폭식을 일삼았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술은 본인 의지로 이겨내 끊었지만 급속히 늘어난 체중은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이씨가 다이어트에 도전한 이유는 간단했다. “딸이 물놀이를 좋아하는데 몸을 보여주는 게 싫어 물이 무섭다고 했어요. 딸과 똑같은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가고 싶었어요.”
90일간의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과 체지방을 가장 많이 뺀 최후 1인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엔 이씨를 포함해 9명이 최종 본선에 도전했다. 남과의 치열한 경쟁과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동시에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믿지 어려운 결과를 연출했다. 석달 사이에 40㎏ 감량에 성공하며 최종 우승자 1인에 당당히 등극했다.
27일 방송된 최종평가 당시 몸무게는 99㎏에서 59.5kg로 줄었다.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적은데다, 여성참가자 중 제법 많은 나이에 속해 체력적인 약점이 지적되는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일궈낸 성과였다.
그는 “내년 여름 딸과 똑같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꼭 가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면서 1억원 상금과 자동차 경품도 좋지만 프로그램 출연 때문에 떨어져 지내야 했던 미국에 있는 딸과의 약속을 지킨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예은아, 엄마가 해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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