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인터뷰까지… 차라리 후배들을 격려해주는 게 더 낫겠습니다."
정윤희(30ㆍ대구은행)가 경부역전마라톤 이틀째 경기 8소구간에서 1위로 대구에 입성한 뒤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윤희는 이어 "소속팀이 저에게 챙겨준 것은 많았으나 보답한 것이 없어 맘에 걸렸는데 운 좋게 1위로 골인해 다행"이라며 "내달 11일 결혼선물로 간직하겠다"고 웃었다. 그의 결혼상대는 같은 마라토너의 길을 걷고 있는 민지홍(31ㆍ조폐공사). 정윤희는 "오빠를 여고생 때 만나 10년간 사랑을 키웠다"고 말했다.
올 전국체전 여자부 5,000m 금메달리스트 정윤희가 경부역전마라톤 만년 하위팀 대구에 '작은 기적'을 안겼다. 대구육상연맹관계자는 "경부역전마라톤 사상 대구팀 소속 선수가 대구에 1위로 입성한 것은 처음일 정도로 정윤희가 대구의 자존심을 살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재성 대구은행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정윤희는 한때 은퇴 기로에 설 정도로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으나 유감독과 호흡을 맞추면서 부활의 날개를 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위(국내여자 1위)를 찍고 한국 여자마라톤의 '안방주인'임을 과시했다.
대구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가까워 질수록 은행직원들이 대거 길거리 응원을 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 더욱 힘을 얻었다는 정윤희는 예상치 못한 성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유감독은 "전날 정윤희의 대구 1위 골인을 의심치 않고 은행에 보고를 드렸는데 하춘수 은행장이 긴급 길거리 응원 아이디어를 내, 좋은 결과를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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