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7,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부터 고용 개선을 통해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2년 이상 지속적 상시 기간제 근무자를'무기계약직'으로 바꾸는 것이지만,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사실상 정규직이나 다름없다. 내년부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1,000명의 30% 가까이가 더 이상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편안히 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 고용구조 개선은 정부와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정부는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비정규직 확산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규직 채용을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편법을 써온 결과, 2009년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이 10% 이상 급증했다. 외형적으로 일자리를 늘었지만 고용불안과 차별은 더 심각해져 선진화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실업문제도 물론 심각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도 그에 못지않은 사회불안 요소이다. 정부의 공식통계로만 전체 근로자의 34.2%인 600만 명이다. 실제로는 800만 명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많은 숫자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좋고, 비용 절약도 좋지만 이런 열악한 고용현실에서 노동만족과 사회안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
뒤늦게나마 정부부터 고용방향을 수정한 것은 그 배경이 무엇이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과 같이 경제불황으로 서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고용안정이 우선이지 효율성과 구조조정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정부부터 바꾸지 않고 기업에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먼저 복지포인트와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 이를 민간기업에까지 확산시키는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도 옳은 방향이다. 당정의 대책이 선거용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날로 심각해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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