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아이 업은 사람이 등 뒤에 두 손을 포개 잡듯이 등 뒤에 두 날개를 포개 얹고 죽은 새
머리와 꽁지는 벌써 돌아갔는지검은 등만 오롯하다
왜 등만 가장 나중까지 남았을까, 묻지 못한다
안 보이는 부리를 오물거리며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그때마다 작은 등이 움?거리는 듯한
죽은 새의 등에 업혀 있는 것이 아직 많다
● 등은 강합니다. 우린 양손으로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짐을 등에 짊어질 수 있어요. 등은 약합니다. 정면에서라면 막을 수 있는 공격도 등 뒤로 닥치면 피하기 힘들어요. 등은 아주 정직합니다. 방금까지 웃던 사람이 돌아서서 등이 구부정한 채 멀어져 갈 때면 알 수 있어요. 그가 숨기고 싶었던 고된 마음을. 우리는 그의 등을 두드려주고 싶은데. 따뜻한 등에 업혀 천천히 잠들던 기억. 사랑하는 사람이 등 뒤에서 안아주던 기억. 어둡고 낯선 길을 걸으며 등에 오싹함을 느꼈던 기억. 사랑과 평온과 공포와 위로. 그 모든 마음과 회한이 쌓이는 몸의 그곳. 바람만 지고 다녔던 작은 새의 등에도 업혀 있는 것이 그토록 많으니 우리의 등이야 오죽할까? 시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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