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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폭탄테러·시위 속 '불안한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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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폭탄테러·시위 속 '불안한 총선'

입력
2011.11.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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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지 10개월 만에 이집트에서 총선이 시작됐다. 그러나 8,600여명의 후보자가 난립한데다 28일 투표일 당일 폭탄 테러가 일어나면서 정국은 이날도 어수선했다.

AFP통신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 카이로의 투표소마다 유권자 수 천명이 남녀로 나뉘어 길게 줄을 섰다고 보도했다. 전날까지 이어진 시위 때문에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많은 시민이 투표장에 나왔다. 병환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러 왔다는 사미라(60)씨는 "우리는 30년 간 침묵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민주 선거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이집트 선거는 28일 시작해 총 6단계를 거쳐 내년 3월 마무리된다. 하원의원 508명 중 선출직 498명을 뽑는 선거가 28, 29일 9개 주에서 우선 시행되며 12월 13일과 내년 1월 10일 나머지 지역에서 투표가 이뤄진다. 1월 29일부터 상원 선거가 시작돼 마찬가지로 세 번의 투표를 거쳐 내년 3월에 의회 구성이 완료된다.

투표는 시작됐지만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날 새벽 북부 시나이반도에서 반정부 세력으로 의심되는 무장괴한이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가스터미널을 폭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전날까지 수천명이 모인 반군부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 중 일부는 군부 주도의 총선을 보이콧한 채 자체 구국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2개 정당, 24개 단체가 참여한 이 세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총장이자 대권 주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를 주축으로 여러 정치 성향을 아우르는 정부를 구성해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국가 운영을 맡기자고 주장한다. 엘바라데이는 총리직 제안이 들어오면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민주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화답했다.

군소 정당 및 후보자 난립도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 등록을 한 후보는 하원 6,591명, 상원 2,036명이며 정당은 50개 이상이다. BBC방송은 "5,000여만명의 유권자는 누가 나오는지 누구를 찍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군 최고위원회(SCAF) 사령관은 전날 "이집트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갈림길에 서 있다"며 "균형 잡힌 의회 구성을 위해 투표로써 정치적 견해를 표출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무슬림형제단이 4월 창당한 이슬람 온건주의 자유정의당이 최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경 이슬람 정당과 세속주의 정당,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 집권했던 정당도 일부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정의당이 승리할 경우 정국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 의회가 내년 6월 대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며 군부와 조화를 이룰지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력의 득세가 민주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정의당이 온건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적으로 보는데다 서구 자본주의의 도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전개할지 미지수다. 중동지역전문가인 브루스 루더포드는 "이번 총선 결과가 중동에서 진행되는 민주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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