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이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섬세한 세공술이 전해진다. 실사의 구체성과 박력을 지녔고,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갖췄다. 빠른 전개와 조밀한 이야기 구성도 남다르다. '과연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하다.
스필버그가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영화의 새로운 진보를 알린다. 최신 3D기술과 컴퓨터그래픽으로 이어진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절묘한 결합은 새 차원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에게 '땡땡의 모험'으로 잘 알려진 에르제 원작의 벨기에 만화를 밑그림으로 삼았다. 프리랜서 열혈기자인 틴틴(제이미 벨)이 우연히 얻게 된 모형 범선 유니콘호를 매개로 모험에 빠져드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는 화면으로 전해진다. 모형 범선에 숨겨진 비밀 메모를 바탕으로 선조의 복수와 함께 막대한 보물을 손에 넣으려는 악당 사카린(다니엘 크레이그), 사카린의 해적 조상을 수장시킨 프란시스 경의 자손으로 술독에서 헤매다 틴틴의 조력자로 변신하는 하독 선장(앤디 서키스)이 스크린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틴틴의 분신과도 같은 폭스테리어 종 강아지 스노위, 쌍둥이 형사 톰슨과 탐슨도 무시할 수 없는 '출연자'다.
누아르풍 탐정물 분위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틴틴과 모형 범선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이어지는 살인은 스크린에 물음표를 찍는다. 틴틴이 조금씩 단서를 맞춰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고 하독과 사카린 집안의 오랜 악연과 마주하게 된다. 사카린과의 목숨을 건 대결 속에서 틴틴과 하독은 보물에 가까이 다가간다. 영화는 종영이 다가올수록 전형적인 모험극의 형태를 띤다.
일단 볼거리만으로도 손색없는 상업영화다. 선이 굵고 입체적인 인물과 배경은 여느 애니메이션보다 더한 사실감을 선사한다. 실사영화에선 표현할 수 없는 상상 밖의 과도한 액션은 애니메이션의 특징에 기대 자유롭게 실현된다. 실제 배우들의 몸 동작을 정교하게 잡아낸 '이모션 캡처 3D'(인간의 정서까지 포착할 만하다 해서 Emotion이란 단어가 쓰였다) 기술을 활용해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지대를 구축한 이유일 것이다. 다만 가끔씩 눈에 띄는 캐릭터들의 부자연스러운 동작들은 옥에 티다.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1편인 '레이더스'에 대한 1981년 프랑스 신문의 영화평을 읽고 '틴틴'의 실체를 처음 알게 됐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의 모험을 틴틴에 비교한 글이었고 이후 스필버그는 만화를 접한 뒤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숙명일까. 영화 '틴틴'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유머와 액션을 에너지 삼아 상영시간 내내 스크린을 질주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았다. 물론 21세기 첨단 기술에 의지한 '틴틴'이 '인디아나 존스'보다 우위에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자로 스필버그와 의기투합했다. 그는 이 영화의 2,3편에선 메가폰을 쥘 예정이다. 영화에는 "벽에 막히면 뚫으면 된다"는 대사가 몇 번 나온다. 상상력을 방해하는 모든 '벽'을 뚫으려는 할리우드의 집념이 새삼 놀랍다. 12월 8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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