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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난스런 '근짱' 사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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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난스런 '근짱' 사랑 왜?

입력
2011.11.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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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잖아요. 귀엽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성격도 좋아요."

이시하라 유코(34ㆍ여)씨는 한류스타 장근석(24)의 도쿄돔 공연을 보기 위해 언니와 함께 기후현 야마가타시에서 신칸센을 타고 3시간을 달려왔다. 장근석이 머무는 호텔 근처에 숙소도 잡았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값 9,800엔을 포함해 3만엔(약 45만원) 넘게 썼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래 친구들이 배용준보다 장근석을 훨씬 좋아하는데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영향이 크다"며 "일본에선 어린 아이들부터 중장년 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장근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돔 앞. 4만5,0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된 장근석의 단독 콘서트 '2011 The Cri Show in Tokyo Dome- The Beginning'을 보러 몰려든 이들의 99%는 여성이었다.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배용준에 비해 장근석의 팬은 20~30대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이채롭다.

최대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은 일본 연예인들에게도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는 것은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근석 역시 공연 전날 기자들과 만나 "2008년 일본에서 첫 팬미팅을 할 때 2,000석도 다 채우지 못했는데 중학생 때부터 꿈꾸던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무척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근석은 공연 전 "종합선물세트 같은 쇼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아시아 프린스'를 넘어 '월드 프린스'를 꿈꾼다는 그는 이날 오후 4시20분부터 3시간 반 가량 이어진 공연에서 20곡의 노래와 각종 영상, 특수 장치로 '장근석의 프린스 월드'를 펼쳐 보였다. 노래는 대부분 자신의 앨범과 출연작 OST 수록곡이었다. 팬이 아니라면 영화 두 편에 해당하는 시간을 견디는 게 곤욕이겠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시종 반짝이는 눈으로 무대를 응시했다. 다소 거북스럽게 느낄 수 있는 나르시시즘적 퍼포먼스나 노래할 때 종종 음정, 박자가 불안정하다는 약점 등은 이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장근석은 2006년 일본영화 '착신아리 파이널'로 처음 얼굴을 알린 뒤 5년 만에 스타가 됐다. 일본에서는 가수로도 활동하며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팬들은 그의 짙은 화장에 거부감이 없고, 국내에선 '허세'라 불리는 독특한 성격을 오히려 좋아하며, '오버액션'이라 할 만한 활달함에 친근감을 느낀다. 장근석은 "팬들을 괴롭히는 듯하면서도 재미있게 해주는 돌발적인 행동을 보며 일본인들이 '이런 애는 없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장근석이 아이돌 그룹의 리더 황태경 역으로 출연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는 2009년 국내 방영 당시 '아이리스'에 가려 고전했으나 이듬해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DVD 대여에서는 한류 드라마의 대명사인 '겨울연가'를 앞섰다.

일본 록밴드를 연상시키는 스모키 화장에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황태경 캐릭터는 장근석이 일본에서 성공하게 된 결정타였다. 후속작인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에서도 그는 기타를 들었다. '가수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 배우'이기에 팬 미팅은 자연스럽게 콘서트가 됐고, 국내에서와 달리 가수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첫 싱글 'Let Me Cry'가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긴 했어도 아직 가수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하토리 마유코(25)씨는 "노래하는 연기를 좋아하지만 노래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가 좋아서 장근석을 좋아한다"며 "배우 장근석이 더 좋다"고 말했다.

장근석은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로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그는 이날 공연 중 '프린스 선서식'을 마련해 "신비주의를 택하라는 말도 있지만 자유인으로 남아 길거리에서 셔플댄스도 추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영상을 통해 화장을 지우는 모습, 침대에 누워 인터넷 하는 모습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팬들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들을 대하는 장근석에게 매력을 느낀다. 하토리씨를 비롯해 공연장에서 만난 일본 팬들은 대부분 "애인보다 친구 같은 장근석의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했다.

장근석은 이번 공연에 '시작(Beginning)'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연예계 데뷔 20주년 맞는 내년을 새로운 시작으로 삼겠다는 의미다(그는 1993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했다). 일단 국내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디너쇼 투어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20주년이라고 '나 이만큼 왔어요' 하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을 돌아보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쉴 새 없이 달리느라 나를 채우지 못했는데, 여행이든 공부든 나 자신을 채우기 위한 시간도 갖고 싶습니다."

도쿄=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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