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유로존 위기에 대처하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유로존 위기에 대처하려면

입력
2011.11.27 17:40
0 0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OECD국가 증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올해 한국의 수출입 규모도 1조 달러를 넘어서 국내총생산의 10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해외 경기의 부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요즈음 전개되고 있는 유로존 위기에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유로존 내 위기대처 논의가 소득 없이 시간을 질질 끄는 것 같아서, 또는 나라가 부도로 망하고 있는데 복지 혜택을 줄이지 않겠다고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것 같아 답답해 보인다. 유럽 대륙이 동반 몰락의 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정치적 갈등 더 커진 유럽연합

그러나 유로존이 쉽게 붕괴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그들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유럽은 오랜 반목과 갈등, 화해의 역사를 통해 그들 나름대로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 왔다. 유럽연합은 본래 경제적 목적보다는 유럽 내 평화 유지라는 상위 목표를 갖고 탄생한 국가 연합체이다. 유럽연합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외교관이었던 장 모네의 주창으로 1952년 형성되었는데, 그 취지는 유럽대륙의 강대국 사이에 경제적 연결고리를 만들고 경제적 공동 운명체를 만듦으로써 유럽에서 다시는 세계대전과 같은 엄청난 전쟁과 편 가르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었다.

유럽연합은 경제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2007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마지막으로 총 27개국의 회원국을 가입시켰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형성돼 가는 과정에서 프랑스와 독일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프랑스는 우선 통화통합을 거쳐 정치적 통합을 강화하자고 주장한 반면, 독일은 정치적 통합을 우선적으로 강화하고 그 다음에 통화통합 등과 같은 경제통합을 이루자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에는 독일 통일이 우선이었던 콜 수상이 프랑스의 협조를 얻고자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에게 통합 방법을 양보함으로써 통화통합이 먼저 추진되었다. 그 결과 유로화가 탄생했고, 현재는 유럽연합 내의 17개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동맹을 강화한 유럽연합은 오히려 정치적 갈등이 더 커지는 위기에 봉착했다. 역내 경제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일정한 수준 이하로 낮게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일부 회원국들이 어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회원국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부채를 차입하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유로존 회원국의 수가 늘어나고 회원국간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바람에 유럽연합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버린 데에 문제가 있었다.

위기 수습 노력에 적극 참여해야

지금 상황에서는 17개 유로존 국가의 상이한 정치적 입장, 대마불사로 버티는 대형 금융기관들, 불만에 가득찬 여론과 수많은 정당들을 모두 납득시킬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유로존의 위기는 정치적 통합으로 가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일 뿐 정치적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 동안 공동 운명체 인식을 형성해 온 유럽연합은 지금의 위기를 더 큰 통합을 위한 시련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섣불리 유로존의 붕괴를 예상하기 보다는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국제 공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컬럼비아대의 제프리 삭스 교수가 주장하듯이 이제는 중국 등 신흥국에서 손을 내밀어 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유로존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우선 강구해야겠지만,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이 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로존의 위기 수습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