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서울 마포대교 부근에서 30대 여성이 한강에 빠진 채 발견됐다. 여성의 양손이 청테이프로 감겨 있었고 심정지 상태였던 이 여성은 곧바로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부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892명. 지난해만 해도 193명으로 이 가운데 4분의 1이상인 50여명이 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들은 대부분 화급을 다툴 정도로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이다. 이 병원에 무슨 특별한 게 있는 것일까.
우선 저체온 요법이다. 물에 빠지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맥박도 저하돼 생명을 잃게 된다. 저체온요법은 체온 32~34도에서 뇌 손상을 줄이면서 생명을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여의도 성모병원이 1998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병원관계자는 "2007년까지 132명에게 시행한 결과 30명이 생존했다"며 "외국 사례와 비교해도 높은 생존율"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광진구 청담대교 북단에서 투신했다 인근 A병원으로 후송된 30대 여성도 저체온요법을 받기 위해 반대편에 있는 이 병원으로 다시 옮겨지기도 했다.
한강투신자가 몰리는 또 다른 원인은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라 신원미확인자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치료를 하기 때문이다. 행려자라도 진료기록만 있으면 국가에 병원비를 청구할 수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대부분의 병원 측에선 반기지 않는 것이 현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퇴짜를 맞을 일이 없으니 119구급대나 경찰이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국가로부터 치료비를 받기가 애매한 경우도 생긴다.
마포대교에서 빠진 30대 여성은 지금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혼수상태에 있고 현재 진료비만 3,200만원이 쌓여있다. 병원관계자는 "환자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에 병원비 부담이 있지만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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