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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버핏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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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버핏은 뭐라고 할까

입력
2011.11.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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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세'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고, 어쩌면 입법화도 한국에서 먼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워렌 버핏은 뭐라고 할까. 물론 부유층 과세확대는 재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모든 시장경제에 필요한 처방이라고 말하겠지만, 현재 한국에서 버핏세가 갑작스럽게 논란의 중심에 선 과정과 배경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는 분명 갸우뚱할 것이다.

버핏의 주장은 애초부터 그냥 부자증세는 아니었다. 그는 천문학적 자본소득을 올리는 자신이 비서와 청소부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부조리함을 지적하며, 적어도 금융자산가들이 일반 소득자보다 세금을 덜 내는 현행 제도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핏은 10여년 전부터 이런 소신을 계속 밝혀 왔는데.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정건전화를 위해 부유층 증세 계획(버핏룰)을 천명하면서 버핏세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부자 감세에서 버핏세까지

만약 버핏이 한국의 버핏세 논란을 지켜본다고 가정할 때, 가장 의아하게 생각할 부분은 한나라당의 태도일 것이다. 보수가치의 아이콘인 '감세'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던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서 4년 만에 감세 중단을 넘어 부자 증세로까지 가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할 것이다.

사실 버핏세 논의에 불을 당긴 건 한나라당이다. 민노당이나 민주당 일각에선 전부터 그런 주장을 해 왔는데, 최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에 이어 홍준표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버핏세는 점점 더 현실화 되어 가는 분위기다. 아마 미국에선 나라가 디폴트 당해도 증세는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한 버핏세는 결코 의회문턱을 넘지 못할 텐데, 지금 흐름으론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입법확률이 훨씬 높아 보인다.

나 개인적으론 한나라당의 감세 공약은 애초부터 잘못이었고, 버핏세를 긍정 검토하기 시작한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4년 만에 감세에서 증세로 180도 바뀌게 된 이유, 보수정당이 핵심 지지기반(부유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은 해야 한다고 본다. 집권 시절 스스로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야당이 됐다고 해서 뒤집는 민주당이나, 감세한다고 했다가 증세로 가려 하는 한나라당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궁금증은 버핏세 논의의 내용이다. 현재 진행되는 부자 증세 논의는 그저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만드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현행 최고세율(35%) 적용구간의 시작점인 연 소득 8,800만원이 너무 낮으니까, 1억2,000만원이든 1억5,000만원이든 구간을 신설하고 여기엔 세율도 40%이상으로 높이자는 얘기다.

급조된 세금은 독배가 된다

하지만 버핏세가 구간과 세율 하나 만드는 걸로 끝날 만큼 간단할 수는 없다. 따져봐야 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각에선 주식양도차익도 과세하자고 하던데 주식시장은 감내할 수 있을까? 저소득층이라도 단 1원이라도 국가로부터 받는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면세점도 손봐야 한다던데? 소득세뿐 아니라 법인세에도 버핏룰을 적용하는 건 옳은 일일까? 사실 고치자면 낡은 과세구간 자체를 손보는 게 먼저일 수도 있다.

버핏세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된 건 내년 대선 때문이다. 부자보다 수적으로 다수인 서민 표를 잡으려는 게 일차적 동기다. 이 점에선 여야 모두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급조한 세금은 꼭 탈이 난다. 어차피 선거 때문에 시작된 논의인데, 내년 대선에서 후보들은 공약을 통해 버핏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유권자들로부터 심판 받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버핏도 웃을 버핏세를 지금 당장 만들려 해선 안될 것이다.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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