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경찰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 대검찰청 수뇌부를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이르면 2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향후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무총리실의 조정안 발표 당일(23일) "심히 유감스럽다"는 취지로 낸 짧은 논평을 제외하고는 경찰의 반발 등에 대한 반응을 자제해 왔던 검찰이 공식 대응에 나서는 셈이어서, 이번 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한 총장은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검사장급 간부들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수사 경과(警科) 집단 반납 등 경찰의 반발 기류가 예상 외로 높아지자, 검찰 나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한 총장은 전날인 25일 회의 소집을 전격 지시했으며, 대검은 일선 검사들의 여론 파악 및 회의 준비자료 등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형사소송법에 검찰이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한다고 돼 있는데, 총리실 안은 지휘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약한다"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검찰도 공식적인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의 이의 제기권이 삽입됐는데 절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등 강경한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간부는 "법대로, 논리대로 가야 한다는 게 검찰의 기본 입장이며, (검찰의 대응은) 앞으로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총장은 취임 이후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일상적인 업무로 바쁜 평일보다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주말에 하자'며 매주 토요일 오전 업무회의를 열었다. 때문에 이번 회의 자체를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하루 전날 갑자기 회의를 소집했다는 점은 그만큼 한 총장이 이번 검경 수사권 파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무총리실 조정안에 반발하며 지난 25일 충북 청원에서 밤샘 토론회를 가졌던 150여명의 일선 경찰들은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총리실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토론에 참석한 한 경찰관은 "경찰의 내사 범위 축소도 문제지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사권 조정의 내용은 결국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검사의 비리를 경찰이 수사하는 내용으로 총리실의 조정안이 수정된다면 나머지 부분은 수용하겠다는 의견이 큰 호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토론회 주최 측은 이 같은 내용을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주관으로 열리는 공청회와 입법예고 기간 중에 경찰 수뇌부와 총리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경찰들은 또 준법시위 운동도 제안했다. 내사와 수사 모든 단계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한 만큼, 수사 때 일일이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지휘를 받자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경찰관은 "예를 들어 부부싸움 신고를 받을 경우 먼저 검사에게 전화를 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고, 출동한 뒤에는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먼저 할지, 또 상호간 화해와 합의를 종용해도 되는지 등등 일체의 수사 진행 사항을 검사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자"고 제안했다. 다른 경찰관은 "총리실 조정안에 따르면 현행범을 체포한 후 석방할 때 검사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며 "늦은 밤이나 새벽에 사건이 있을 때에도 검사한테 전화를 걸어 지휘를 받자"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검사의 수사 지휘는 예를 들면 식사를 하는 데 한식, 양식, 중식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큰 테두리만 잡아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조정안은 식당을 정하고 구체적인 메뉴까지 지정해주는 수준"이라며 "총리실 조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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