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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거미손' 김승규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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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거미손' 김승규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입력
2011.11.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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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배짱과 고도의 심리전, 원숭이 같은 긴 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에서 최고의 히어로로 떠오른 '거미손' 김승규(21ㆍ울산 현대)의 페널티킥(PK) 선방의 원동력이다. 김승규는 26일 벌어진 포항과의 PO에서 모따와 황진성의 PK를 잇달아 막아내 울산의 1-0 승리의 주역이 됐다. 특히 김승규는 수원과의 준PO 승부차기에서도 고도의 심리전으로 팀 승리를 이끈 데 이어 2경기 연속 눈부신 '선방쇼'를 펼쳤다.

김승규는 PK를 잘 막아낼 수 있는 노하우를 묻자 "은퇴 후 알려주겠다"며 비밀로 부쳤다. 전북(30일, 12월6일)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낀 것. 김승규의 PK 선방의 노하우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김승규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김성수 울산 골키퍼 코치의 분석을 토대로 그 비밀을 풀어봤다.

김성수 코치는 2008년 포항에 몸 담았다. 공교롭게 울산과 포항이 그 해 6강 PO에서 만나게 됐고, 포항은 김승규의 선방에 밀려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했다. '제자'한테 당했던 김 코치는 그때부터 김승규의 움직임을 눈 여겨봤다. 김 코치는 "0.01초의 차이가 PK 승부를 가른다"라고 밝혔다. 그는 "골키퍼에게 주문하는 건 딱 한 가지다. 나머지는 본인의 직감으로 막아내야 한다"며 "미리 움직이지 말고 공을 보고 뛰라고 했다. 이운재도 끝까지 움직임을 보고 뛴다. 이러한 0.01초의 차이가 선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규는 끝까지 공을 보고 움직인 덕분에 가운데로 날아오는 황진성의 두 번째 PK를 막아낼 수 있었다.

187㎝, 76㎏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김승규는 팔까지 길어 최적의 골키퍼 몸매를 자랑한다. 김승규는 일반 선수들보다 팔이 10분의 1정도 길다. 긴 팔을 벌리고 골문에 서면 키커들이 느끼는 골문의 크기가 줄어든다. 김 코치는 "긴 팔을 흔들면 키커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김승규의 고도의 심리전은 팔 동작에서 시작된다. 오른쪽 혹은 왼쪽을 가리키며 키커들의 방향을 유도한다. 김 코치는 "PK를 찰 때에는 골키퍼보다 키커의 부담감이 크다. 거기다 팔 동작이 많으면 키커들의 압박감은 더 심해진다"며 "팔 동작으로 킥을 유도하는데 그쪽으로 뛸지 반대로 움직일지는 전적으로 직감과 타이밍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김승규의 두둑한 배짱도 돋보인다. 2008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김승규는 포항전까지 11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17세,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거치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게 큰 도움이 됐다. 김 코치는 "승규가 부상을 당한 뒤 연습경기 2경기만 치르고 챔피언십을 준비했다. 떨어진 경기 감각이 걱정됐는데 워낙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보니 포커페이스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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