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부머' 세대 10명 중 7명은 노후 대비가 돼있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부머 가운데 공적연금 수혜대상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수혜자들이 받는 국민연금액도 월 평균 45만8,000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대의 노후대책 마련이 복지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베이비 부머란 한국전쟁 직후 출산율이 급증한 베이비붐 시기(1955~1963년)에 태어난 이들로 전체 인구의 약 15%에 달한다. 55년생들이 지난해 무렵부터 은퇴가 시작돼 노령세대로 대거 진입 중이다.
27일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납부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 세대 758만2,000명 중 10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꾸준히 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256만7,000명으로 전체의 33.8% 수준이었다.
반면, 나머지 66.2%는 연금 수혜여부가 불투명하거나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부이력이 10년이 채 안 되는 이들은 전체의 40.9%(309만9,000명), 납부이력이 전혀 없는 이들도 25.3%(191만6,000명)나 됐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70%는 제대로 된 노후대책이 없는 셈이다.
연금수혜층이라고 해도 사정이 넉넉지 않다. 예상되는 월 평균 연금액은 45만8,000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월 53만2,583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미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해 받은 이들도 급증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비 부머 첫 세대인 만 55세 조기연금 신청자는 9,832명이었다. 이전 해인 2009년과 비교하면 12.8%(8,714명) 늘어난 수치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노령빈곤을 걱정하게 하는 대목이다.명예퇴직 등 노후 준비 없이 갑작스레 경제적인 타격을 받은 이들이 주로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기연금은 본인이 원할 경우 만 60세부터 받을 연금을 당겨 만 55~59세에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월소득이 278만원이 안 되면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원래 받을 수 있는 연금보다 6~30%가 깎인 금액만 받을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베이비 부머 자신들도 심리적인 불안을 겪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베이비 부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직 이후 노후생활 준비가 돼 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반면 준비가 안돼 있다는 응답은 절반 이상인 56%나 됐다.
공단 측은 "연금을 받을 수 없는 베이비 부머들은 가입기간을 늘리거나 납부예외자ㆍ적용예외자의 경우 다시 연금에 가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노후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일시적으로 받았던 연금을 반납하거나 무소득 기간의 연금보험료를 추후 납부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기간인 10년을 채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연금보험료 납부 여부에 관계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 부머는 국민연금 도입 이후 세대인데도 70% 정도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건 노후 보장 제도로서 국민연금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이대로라면 전 세대의 '복지 부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석 교수는 "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축소하려 하고 있으나 오히려 국민연금과 통합해 연금의 보편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노후세대의 복지대책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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