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찬(44)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이 26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박 서장은 이날 오후 9시30분쯤 시위대 선두에 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에게 불법 집회라며 해산을 요청하기 위해 시위대 사이로 걸어가던 중 일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머리와 어깨, 옆구리 등을 주먹으로 맞고 발길질을 당했다. 10여명의 사복경찰관이 박 서장을 둘러싸고 경호하고 있었지만 시위대는 팔을 뻗어 박 서장의 정복 모자를 벗기고 왼쪽 어깨 계급장을 뗐으며 이 과정에서 박 서장의 안경이 부러졌다. 박 서장은 시위대를 피해 세종로파출소로 피신했다가 옆구리 통증을 호소, 강북삼성병원에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박 서장은 27일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수행했다.
폭행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 가담자를 필벌하겠다"고 밝힌 종로서는 당시 동영상을 분석, 27일 오전 김모(54)씨를 경기 화성시 자택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8월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 대사의 차량에 물병을 던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채증 사진을 분석해 다른 용의자들도 검거에 나섰다.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 수행 중이던 경찰서장이 폭행 당하고 경찰관 38명이 부상하는 등 묵과할 수 없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폭행 당사자와 불법 행위 가담자, 집회 주최 측에도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집회를 주최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측은 "경찰의 과도한 집회 방해로 참가자들이 격앙돼 있는 상태에서 박 서장이 정복 차림으로 시위대로 들어온 것은 폭력을 유도해 시위대의 도덕성에 흠을 내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2,200여명(경찰추산ㆍ주최측 추산 3만명)의 참가자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광화문광장 등 교보생명 앞 6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진행한 이날 집회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였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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