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ㆍ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협의체인 아랍연맹(AL)이 시리아에 대한 고강도 경제제재에 착수했다. 평화중재안 합의에도 불구, 반정부 시위대에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를 실질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다.
아랍연맹 경제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해외자산 동결을 포함해 시리아 정부와 상업적 관계를 단절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제재안에는 ▦시리아행 상업 민항기의 운항 중단 ▦시리아 고위 관리들의 여행 금지 ▦시리아 중앙은행과의 금융거래 동결 ▦생필품을 제외한 무역 금지 등이 포함됐다.
제재안은 27일 열릴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서 22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영국 BBC방송은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이 제재 수위를 사전 조율했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와 레바논, 요르단, 예멘 등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이라크는 시리아의 이웃"이라며 제재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왈리드 알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아랍연맹이 시리아 문제를 국제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랍연맹은 "이달 초 합의한 평화중재안에 따라 인권감시단을 25일까지 받아들이라"는 최후통첩을 시리아 측이 수용하지 않자 즉각 경제제재를 단행하기로 했다. 아랍연맹이 회원국에 이런 강수를 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아랍연맹은 리비아 사태 때에도 자체적인 제재안은 내놓지 않고 국제사회의 동참 요구에 호응하는 소극적 입장이었다.
아랍연맹의 제재는 시리아의 경제적 위기와 고립을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꼽힌다. 이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아랍국가들은 시리아 정부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EU는 5, 8월 두 차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포함한 시리아 지도부 수십명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석유ㆍ무기 금수 조치를 단행했다. EU는 그 동안 시리아가 생산한 석유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최대 소비처였다. 미국도 EU와 유사한 조치를 취했고 시리아 전력소비의 10%를 담당하던 터키는 공급 중단을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계속된 제재 탓에 시리아 국민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은 25일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가 시리아 국민 150만명분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며 "인도주의적 원조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슬람 수니파가 주도하는 아랍연맹이 이번 기회에 시리아를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권으로부터 분리해 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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