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김남수(96) 옹에 대해 무면허 뜸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3년 전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구사(뜸 놓는 사람) 자격이 없다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인 것은 맞지만, 침사로서 수십년간 침술과 뜸 시술을 병행해 온 김씨의 시술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김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침해이므로, 이를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의 의견으로 김씨 주장을 인용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헌재는 "뜸 시술 행위 자체가 신체에 미치는 위해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김씨와 같은 침사에 의해 이뤄진다면 그 위험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할 만큼 적다"고 전제했다. 이어 "오랫동안 새로운 구사가 배출되지 않고,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는 점은 침사의 뜸 시술을 사회가 관습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김씨의 뜸 시술은 법질서나 사회윤리,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阻却ㆍ성립하지 않음)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반면 이동흡 재판관은 "뜸과 침은 별개로서, 뜸 시술 때에도 그 자체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침사라고 해서 당연히 뜸도 제대로 뜰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오랫동안 뜸을 놓아 온 김씨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며, 무자격자의 뜸 시술행위는 여전히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의사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뜸 시술의 위험성, 전문성을 고려한 면허 제도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무면허 뜸 시술에 면죄부를 준 것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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