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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연애' 개봉 앞둔 배우 손예진/ "서른 문턱이지만 풋풋한 역할 용기 내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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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연애' 개봉 앞둔 배우 손예진/ "서른 문턱이지만 풋풋한 역할 용기 내봤죠"

입력
2011.11.2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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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했다. 가지런히 정돈된 생각들이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졌다.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선택하는 듯하면서도 역시나 다변이었다. 배시시 웃음을 지으면 도드라지는 반달 모양의 눈가도 변하지 않았다. 어느덧 서른 문턱에 다다랐지만 손예진은 싱그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오싹한 연애'의 개봉(12월 1일)을 앞두고 있는 손예진을 25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 밖은 잔뜩 구겨진 하늘 아래 온통 잿빛에 젖어있었지만 화사한 여배우 때문일까. 카페 안은 알록달록한 빛깔이 감돌았다.

의외였다. 청순가련까진 아니어도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본 순진무구한 역할이라니. 데뷔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교복까지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도대체 나이가 몇 인데'라거나 '퇴행적인 연기 행보'라며 목소리에 날을 세우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싹한 연애'를 보고 나면 섣부른 비판에 나선 관객들은 허를 찔린 기분이 들듯. 발랄하면서도 처연한 모습을 연출해내는 손예진의 매력 앞에서 (특히나 남자) 관객들은 무장해제될 듯하다.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지녔지만 공포영화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변종 영화다. 고교시절 수학여행 중 죽은 친구의 유령 때문에 인간관계를 단절한 여인 여리(손예진)와 마술사 조구(이민기)의 웃기면서도 애절한 연애가 이야기의 골조를 이룬다. 유령의 해코지 때문에 가족들조차 이민 가버린 여리의 서러운 사연, 민기의 헌신적인 사랑 등이 외장을 장식한다. 두 장르의 특징을 적절히 활용하며 영화는 기대 이상의 서늘한 웃음을 안긴다.

손예진은 "새로우면서 재미도 있어 선택한 영화"라고 했다. "연애를 다룬 시나리오를 보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보다 슬프지 않거나 '작업의 정석'보다 웃기지 않다는 생각에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오싹한 연애'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연애소설' 이후 처음으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본 풋풋한 역할을 내가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요 몇 년 동안 겹치기로 결혼하는 연기('아내가 결혼했다') 등 악녀 이미지가 강한 역할을 해 대중들이 받아들일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도 순수한 이미지가 좀 남아있는 지금 나이에 해보자고 용기를 내봤어요."

데뷔 10년이 넘은 만만치 않은 연기 이력. 하지만 그는 "'나 연기 좀 많이 해봤어, 난 베테랑이야' 이런 생각이 아직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책임감은 갈수록 크게 느낀다"고도 했다. "흥행이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부담이 느껴진다. 그게 배우의 숙명인가 보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그런 게 두려워 작품 선택에 고심하면 더 안 좋은 듯해요. 흥행과 실패를 겪으면서 더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작품에 출연하려고 합니다."

또 다른 의외. 손예진의 다음 작품은 내년 여름을 겨냥한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다. 작지만 단단한 영화에 출연해 온 그의 지난 행보와는 방향이 다르다. 대형 화재에 휩싸이는 최고급 주상복합 빌딩의 음식점 직원 역할이다. "설경구 선배가 '예진이가 하겠어?'라고 했다는데 이제까지 작품 중 가장 빨리 선택했어요. 재난 속에서 자기 목숨을 살리기 위해 싸우는 그런 역할을 해본 적 없잖아요. 얼굴에 피칠갑을 하는 등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거예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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