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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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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항구

입력
2011.11.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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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폭풍우에 갈가리 찢겨졌다사랑의 고요에 의해 다시 짜맞춰져,

나는 여기 어느 항구에 놓여있다이 항구는 알지 못한다네 몸이 끝나고내 몸이 시작되는 곳을.

물고기들은 우리 갈비뼈 사이를 헤엄치고갈매기들은 울어댄다 우리의 피를 비추는거울처럼.

● 세계 어느 도로를 가나 달리는 자동차의 타이어는 검은 색이라는군요. 타이어를 튼튼하게 만들려면 고무만으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고무에다 검정색 가루의 카본블랙을 집어넣어야만 거친 도면과의 마찰을 견디는 강한 타이어가 되는 거죠.

우린 사랑의 폭풍우에 갈가리 찢겨졌다 도로 붙여지는 경험을 수없이 합니다. 슬픔과 기쁨의 물고기들이 감정의 늑골 사이를 헤엄칩니다. 거기에 네 몸의 끝과 내 몸의 시작을 구분하기 힘든 황홀이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네 잘못의 끝과 내 잘못의 시작을 구분하기 힘든 혼란도 있지요. 갈매기들은 행복과 불행의 비명을 번갈아 질러대며 우리들 머리 위로 날아다닙니다. 이 울퉁불퉁한 길을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달려야 할 텐데요… 우리의 말랑한 관계에 섞어넣을 검은 가루가 필요합니다. 사랑의 카본블랙, 그게 대체 뭘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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