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모래판 황태자'의 은퇴식에서 '황태자' 칭호가 인계됐다.
이슬기(24ㆍ현대삼호중공업)가 27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결승전(5전3승제)에서 6,500여명의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성복(31ㆍ동작구청)을 3-0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이날 '모래판의 황태자'로 민속씨름을 이끌었던 이태현 용인대 교수의 은퇴식이 열렸던 까닭에 이슬기는 '신예 모래판 황태자'의 적자(嫡子)로 지목됐다. 이태현은 이슬기에 대해 "키는 작지만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등 습득 능력이 빼어나다. 앞으로 민속씨름을 이끌어 갈 재목"이라고 칭찬했다.
186㎝, 138㎏의 이슬기는 백두급 장사치고 키가 크지 않은 편. 하지만 인터벌 러닝훈련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이슬기는 백두급 씨름 선수로는 드물게 스피드가 빼어나다. 100m를 13초대에 주파한다.
그는 "키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스피드로 승부를 건다. 웨이트 훈련을 많이 하고 인터벌 러닝을 통해서 스피드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수 현대삼호중공업 감독은 "다른 씨름단과 달리 우리 팀은 토끼뜀 대신 러닝을 한다. 매일 아침마다 5,000m를 달린다"라며 "이슬기는 백두급에서 가장 빠른 선수인 데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기 때문에 스피드를 최대한 살려 기술로 연결시킨다"고 말했다.
'성실맨' 이슬기는 꾸준한 훈련으로 부상과 체중싸움에서도 승리했다. 그는 지난 6월 단오대회에서 허리를 다쳐 한 달간 재활에만 매달렸다. 김 감독은 "단오대회 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걱정했다. 추석장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슬기는 당시 단오대회 결승전에서 패배를 안겼던 정경진(창원시청)을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꺾어 설욕에도 성공했다.
이슬기는 "들배지기가 장기라 허리를 다쳐 고생했다. 그러나 팀 재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순조롭게 다시 몸을 만들 수 있었다"며 "155㎏까지 나간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138㎏까지 떨어져 몸에 힘이 더 붙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이슬기의 기술을 높이 샀다. "다른 선수들과는 드는 타이밍이 다르다. 순간적인 탄력으로 상대를 들어올려 되치기를 당하지 않는 게 강점이다." 이슬기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억원도 챙겼다.
김천=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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