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 받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고 박병선(83) 박사 영결식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방선교회에서 엄수됐다.
천주교 식으로 열린 영결식은 심탁 클레멘스 신부 집례로 고인의 유족과 친지, 박흥신 주 프랑스대사, 재 프랑스교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이종수 주 프랑스문화원장은 고별식 증언에서 “박 박사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1978년부터 10년이 넘게 ‘파란 책’들 속에 묻혀 자비로 외규장각 도서를 정리한 뒤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연구비가 없어 골동품까지 팔았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며 물과 커피로 배를 채운 일화도 있다”며 고인을 기렸다. 박 박사는 외규장각 도서 말고도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병인양요 때 약탈 당해 파리국립도서관에서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 ‘직지대모’로도 불렸다.
영결식 마지막 순서인 헌화식은 박 박사가 생전에 희망했던 대로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인의 친동생 병룡(80)씨를 필두로 유족들과 교민들이 차례로 참여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박 박사가 숨진 다음날 24일 오후에야 빈소에 도착해 조문객을 맞은 병룡씨는“서로 바빠 1년에 몇 차례만 연락했지만 누나는 5남매 가운데 막내인 나를 각별하게 챙겼다”며 “작년 초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됐을 때 다 나은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빈소에 도착하면서 누나의 국립묘지 안장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한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했다.
유족들은 영결식 후 파리 교외로 이동해 시신을 화장했다. 화장을 마친 고인의유해는 3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다. 유해는 인천공항 도착 후 영접 절차를 마친 뒤 곧바로 국립 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하며, 그곳에서 다시 장례 의식을 가진 뒤 충혼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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